공군비행단 대대장 잇단 순직…대책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0일 14시 19분


숙련 조종사 유출 심각… 진급율 낮고 직업안정성 불안

공군 일선 비행단의 핵심인력인 대대장급 조종사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순직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대장급 조종사는 새내기 조종사들을 지도하는 소령급 조종사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비행교관으로 나서지 않지만 3월과 이달 18일 각각 교관자격으로 투입되어 순직했다.

특히 3월과 지난 18일 순직한 대대장 2명은 모두 강릉 제18전투비행단의 제105비행대대를 이끌었던 지휘관들로 F-5F 전투기가 주기종이어서 공군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3월 2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해발 1157m) 정상 부근에 추락해 순직한 고(故) 오충현 대대장(당시 중령)은 F-5F 전방석의 최보람 중위의 뒷좌석에서 교관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고(故) 박정우 대대장도 앞좌석의 후배 조종사인 정성웅 중위를 지도하다가 기체가 해상에 추락하면서 모두 목숨을 잃은 것이다.

대대장이 후배들의 비행교관으로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일선 비행단의 숙련된 교관급 조종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공군은 설명했다.

공군과 국방부에 따르면 작년 전역한 소령급 조종사는 142명으로 지난 2004년 44명에 비해 3.2배 이상 늘었다.

2005년은 81명, 2006년 102명, 2007년 138명, 2008년에는 145명의 숙련된 조종사가 전역지원서를 제출하고 민간항공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도 140여명의 숙련된 조종사가 전역할 것으로 공군은 예상하고 있다.

숙련된 조종사들의 전역은 곧바로 일선 비행단 대대장들의 지휘부담으로 연결되고 있다.

소령급 조종사들의 부족으로 한 비행대대에 세 기수를 건너뛰어 대위까지 편대장으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관자격을 가진 소령급 조종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휘관인 대대장까지 비행교관으로 나서는 상황이며, 일부 대대장들은 거의 매일 비행하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숙련된 조종사들이 군문을 떠나는 것은 40%를 밑도는 낮은 진급률로 인한 직업 안정성이 불안하고 중학생 자녀를 둔 중령급 조종사의 경우 10여 차례 이상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F-5계열의 전투기가 도태되면서 조종사들이 KF-16과 F-15K로 주기종을 점차 바꾸면서 베테랑 조종사들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군은 조종사 보수를 민항사 대비 72%에서 85%로 인상하고 중령에서 대령으로 진급률을 60%이상 보장하는 한편 예비역 조종군무원을 점진적으로 확보해 대대장들의 지휘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지만 관련 예산 부족으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10년차 조종사의 1인당 평균 양성비는 F-5 전투기의 경우 42억원, F-16 87억원, F-4 75억원, C-130 수송기는 79억원 등이다.

한편 18일 강릉 앞바다에 추락한 F-5F 전투기는 사고지점이 기지로부터 불과 1.8㎞에 불과해 낮은 고도와 저속으로 비행했으며, 조종사들끼리 내부 교신은 있었지만 기지와 교신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낮은 고도에서 저속으로 비행하다 보니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체가 수면에 부딪히면서 심한 손상이 없었던 것 같다"며 "2명의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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