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감사자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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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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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곳중 35곳 연내 임기만료… 정부 “연임없다”
정치권 벌써 로비전… 낙하산 인사 되풀이 우려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감사(監事)가 대폭 바뀐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10곳 중 4곳 꼴로 감사의 임기가 연내에 만료되지만 정권 핵심부에서 “연임은 불허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의 선거 전리품처럼 여겨지며 낙하산 논란을 빚어온 공공기관 감사 자리가 한꺼번에 비게 됨에 따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의 인사 로비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감사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01곳 가운데 35곳에서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난다. 또 4곳은 최근 감사가 교체됐으며 1곳은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기존 감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표 참조

정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외에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등 185개 기관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정치권 등 외부에서 감사직에 지원하는 경우가 적어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이번에 교체되는 인사는 집권 첫해인 2008년에 임명된 ‘이명박 정부 1기 감사’들이다. 내년에는 나머지 공공기관 감사도 대부분 교체된다.

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일단 7, 8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들에 대해 연임을 허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사는 임기 2년을 마친 뒤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2년 연속 공공기관 평가에서 감사 부문 최고점을 받은 KOTRA 이성권 감사나 지난해 감사원의 자체 감사기구 운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철도공사 김해진 감사 등도 이번에 옷을 벗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정권 핵심부에서 감사들의 연임을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개별적으로 감사들에게 통보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통보를 했다기보다 처음에 감사에 임명할 때부터 2년 뒤에 연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켰고, 이는 현 정부의 방침”이라며 “감사를 오래 하면 내부인의 시각에서 소속 기관을 보게 돼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권 창출에 기여했지만 자리를 받지 못한 인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감사직 순환 주기를 좁힌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빈자리를 노린 정치권의 로비전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계파 분란이 정권 초기 감사직 등 주요 보직을 둘러싼 논공행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2기 감사’ 자리를 놓고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전문성과 실력을 기준으로 감사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역대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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