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족 발등의 불 “공약 추진땐 다른 사업 타격”… 서울교육청, 곽노현에 보고 충남 안희정은 “1년 연기” 재정 분담 놓고 갈등 부산, 시-교육청 엇박자… 울산시장은 구청에 ‘경고’ 서울, 시장-의회 충돌 예고
6·2지방선거의 핵심 이슈였던 ‘무상급식’이 당장 현실화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들을 향해 “돈 내지 않고 밥을 먹일 수 있다”는 솔깃한 공약을 내걸어 전국에서 많은 야당 후보들이 당선됐지만 막상 취임을 앞두고는 재정적 어려움 등 현실적 문제 때문에 당장 시행하기 쉽지 않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성향이 다른 단체장과 교육감 당선자가 있는 지역이나 단체장과 의회가 여야로 나뉜 곳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무상급식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예산 없어 무상급식 쉽지 않네요.”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측은 당초 공약과는 달리 초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확대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춘 2012년으로 정했다. 충남도교육청과 시군이 예산 부담에 난색을 표명하기 때문. 안 당선자는 2011년부터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당선자는 2014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단계적 무상급식 추진을 약속했다. 안 당선자 공약대로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할 경우 연간 110억 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820억 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시도처럼 도청에서 절반을 부담하면 나머지 부담액은 410억원 가량이다. 이 중 현재 실시하고 있는 농산어촌 무상급식(200억 원)과 저소득층 무상급식(100억 원) 금액을 빼면 110억 원이 필요하다.
안 당선자 측은 “예산을 교육청 및 시군과 같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시기를 연기했다”며 “다만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7∼12월) 10개 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초중학교 읍면지역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 측은 아직까지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주 업무보고에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상급식 공약을 추진하면 다른 교육사업이 지나치게 축소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당선자 공약대로 내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최소 3000억 원이 들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하는 초등학교 급식비 지원액은 연간 200억 원 수준. 서울시가 필요 예산의 절반을 부담해준다고 가정해도 교육청이 현 예산에서 1500억 원 안팎을 마련해야 곽 당선자의 무상급식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 ○ 정치 대립 격화로 현실화 어려울 듯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전면’이 아닌 ‘점진적 확대’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곽 당선자 측 주장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서민들의 세금으로 부잣집 자녀들 점심 값까지 내주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라며 전면 무상급식 방안에 반대해 왔다. 이런 갈등이 예고된 가운데 서울시의회는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장악해 서울시에 지원 예산편성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최근 “무상급식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만약 재정여건 등 현실상황을 무시하고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예산 지원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노동당 소속 울산 윤종오 북구청장 당선자에게 경고를 한 셈.
시장과 교육감 모두 보수 성향이지만 무상 급식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임혜경 교육감 당선자는 “부산시와 구·군청이 30%씩 부담하고 교육청이 40%를 내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허남식 시장은 “임 당선자의 무상급식 전면 시행과 내 공약이 다르기 때문에 더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그래도 무상급식은 강행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당선자도 적지 않다.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민주당 내부경선 과정에서부터 “2013년까지 초중학생 19만여 명에게 완전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당선 후에도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이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임과 동시에 나근형 인천시교육감, 10개 기초단체장과 만나 무상급식과 관련한 예산을 협의한 뒤 곧 바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위원회 위원 출신인 노현경 인천시의원 당선자(민주당)는 “교육청이나 시에 무상급식 관련 예산이 한푼도 없다”며 “10개 구군에서 예산 협조를 받는다고 하지만 막상 예산을 부담하라고 하면 선뜻 응할 구군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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