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치’ 시동 거나

■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이례적 본회의 토론 파장

불편한 靑 “與갈등 가열 우려”
친이 “수정안 부결에 쐐기”

친박 “적극행보 나설 듯” 추측
일각선 “입장 전달” 확대 경계

“왜 직접 나섰을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법안 반대토론에 나선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의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진영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대부분 박 전 대표의 ‘깜짝 발언’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세종시 정국에선 기자들의 질문에 단답형 메시지로 자신의 뜻을 밝힌 스타일에 비춰볼 때 이번 반대토론은 파격적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반대토론을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시각은 계파별로 첨예하게 맞섰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30일 “(박 전 대표의 반대토론은) 여당 의원이 대통령 의지를 꺾은 사례다”라며 “박 전 대표는 자신을 집권당의 특별당원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반대토론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다시 가열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친박계는 박근혜라는 차기 권력의 대안을 갖고 있지만 친이계는 아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지적인 대립과 반목이 가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가 반대토론을 통해 수정안 부결에 직접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세종시 싸움에서 ‘이겼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친이계로 분류되면서 세종시 수정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권영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토론에서 ‘수정안을 지지하는 분들도 원안을 지지하는 분들도 애국이었음을 믿는다’고 말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논쟁을 마무리하자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우선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자신의 공으로 만들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수정안을 추진한 이 대통령을 겨냥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그동안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박 전 대표가 이번 반대토론을 계기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앞으로 한 명의 국회의원 자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해 ‘박근혜 정치’가 어떻다는 것을 능동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이번 토론을 그런 변화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세종시가 워낙 중요한 국가적 대사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지도자로서 법안 표결에 앞서 국민에게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설명하려 했던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