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에 가까운 병사의 완전 군장에는 진공 포장된 전투식량이 4, 5kg가량 들어간다. 하지만 급박한 전투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식사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전투식량의 무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군 내부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먹지 않고 몸에 붙이는 패치(patch)형 전투식량의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합군수학교 소속 한동민 중령과 조민철 소령은 육군 교육사령부가 최근 발간한 '전투 발전' 최신호 기고문에서 "육군 군수정책서 및 비무기체계 종합발전계획에 기술된 것처럼 2025년까지 기존 전투식량을 대체하기 위해 패치형 전투식량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장교의 제안은 미국 국방부가 2000년 8월 발표한 경피(經皮)투과방식 영양전달시스템(TDNDS) 개발 계획을 이론적 바탕으로 삼고 있다. 미군은 2025년까지 전력화를 목표로 이 분야 연구를 거듭해 왔다. TDNDS는 인체활동에 필요한 비타민과 영양분을 병사에게 피부를 통해 전달하는 패치다. 금연을 위한 니코틴 패치가 상용화한 것처럼 소형입자로 쪼갠 필수 영양소를 체내로 공급할 수 있다면 '무거울 뿐만 아니라 작전 때 먹을 엄두를 낼 수 없는' 전투식량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다.
패치의 원리는 간단하다. 패치에 달린 근적외선 센서가 병사의 신진대사 상태를 확인한 뒤 부족한 영양분을 모세혈관 및 패치의 전기적 자극으로 일시적으로 확장된 피부기공을 통해 공급한다는 것이다. 한 중령과 조 소령은 "패치형 전투식량 1개로 최대 4일까지 작전수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패치 전투식량'이 의학적 안정성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보급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피부를 통한 물질공급은 현재로서는 약품성분 이외에는 상용화한 사례가 없다. 또 대부분 고분자인 필수 에너지원을 패치로 공급하려면 별도의 분자압축 기술이 필요하다. 세균오염, 유효기간, 알레르기 반응 등 여러 위험요소도 넘어야 할 산이다. 두 장교는 "포만감을 못 느끼는 문제는 공복감 차단물질을 패치를 통해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먹는 즐거움을 빼앗으면 전투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들은 "미군의 선행연구 결과가 우리 군의 연구에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특수작전 수행 병사 등 정상적인 급식이 불가능한 작전 상황에 제한적으로 쓰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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