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퍼즐’ 첫 조각 가닥… 쇄신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① 책임총리제 부상

책임-권한 상당부분 위임
안철수-임태희 카드 저울질

② TK 최대한 배제?

인사독식 이미지 우려
‘역차별’ 받을 개연성도

③ 靑 3인방의 진로

박재완-박형준-이동관
사퇴-영전 아직 유동적

청와대와 내각 인적 개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이 이번 주에 1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제2의 조각(組閣)’ 수준으로 집권 중후반기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진용을 짜기 위해 고심해왔으며 인적 개편의 첫 단추인 정운찬 국무총리 교체 여부와 정정길 대통령실장 후임 인선 문제 등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6일 전했다.

이는 6·2지방선거 후 한 달여, 대국민담화(6월 14일)로 청와대와 내각 개편 방침을 천명한 지 20일 이상 지나도록 인적 개편이 늦어지는 데 대한 비판 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적 개편을 준비하면서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구상하고 있다. 단지 새로운 사람 몇 명 발탁하는 식이 아니라 ‘권력 분산’을 통한 국민·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 나아가 정권 재창출까지 염두에 두고 ‘근원적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 총리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 아니라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의 차원에서 교체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 맥락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책임총리제’ 시행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그간의 만기친람(萬機親覽)형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쪽으로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것이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책임총리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하튼 정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40대의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파격적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기존에 거론됐던 심대평 의원, 강현욱 전 전북지사 외에 이상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김황식 감사원장 등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총리 인선과 조화를 이룰 대통령실장 인선도 고심하고 있다. 총리 인선을 파격적으로 할 경우 대통령실장은 이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안정적 인사를 고를 가능성이 크다.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실장과 총리 후보로 동시에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적 개편 작업의 돌발변수는 ‘영포목우회(영일 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 논란이다. 영포목우회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의 와중에 불쑥 터져 나온 친목 모임이지만 국민들 사이에 ‘TK 인사 독식’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현 정부의 각종 인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진 TK 원로그룹들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도 있다. 또 TK 출신이 인적 개편에서 ‘역차별’을 받을 개연성도 있다. 이 대통령을 2년 이상 보좌해 온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박형준 정무수석비서관,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의 진로도 관심사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해 온 박재완 수석은 국정기획수석실의 기능 조정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조용하고 꼼꼼한 일처리 능력을 평가받고 있어 대통령실장으로 영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형준 수석은 이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혔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싱크탱크 설립 등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수석의 향후 거취를 놓고도 관측이 분분하지만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번 주에 청와대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방침이나 조직개편과 인사를 동시에 할지, 선(先) 조직개편-후(後) 인사 등 순차적으로 할지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일정도 청와대 개편의 하나의 변수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앞서 이번 주말경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해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만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도 있지만, 전당대회 출마 후보들이 청와대 개편 내용에 시비를 걸 경우 인적 개편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15일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