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뒤늦은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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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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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본사 어디로? 답이 안 나와요”

통합 앞둔 한전-한수원
나주-경주 서로 “우리쪽 유치”

통합 완료 토지주택공사
진주-전주 모두 요구해 난감

공은 결국 정치권으로?
‘협의’ 외 뚜렷한 해법 없어

요즘 경북 경주시 곳곳에는 ‘경주시민 무시하는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통합 결사반대’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한국전력공사와 한수원의 통합을 반대하고, 한수원의 본사 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이 임박하자 당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의 대가로 한수원 본사 이전이 예정됐던 경주의 민심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한전 본사가 이전하기로 되어 있는 전남 나주시는 “한수원보다 한전이 규모가 큰 만큼 통합 본사는 나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6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마련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공공기관 통폐합의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한전 본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나주로, 한수원 본사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지역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주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본사 이전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 경주로 보냈지만, 최근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급물살을 타며 한수원 본사의 경주 이전이 불투명하게 됐다.

경주 시민 고모 씨(50)는 “한수원에서는 본사가 못 올 경우 원전사업본부라도 이전하겠다고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지역 민심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정부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지역으로 오는 기관 중 가장 대표적이고 규모가 큰 곳이 한전이기 때문에 당연히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찌감치 통합을 완료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시에 13만2457m²의 땅을,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시에 9만8547m²의 땅을 각각 확보했지만 본사가 어디로 이전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LH 관계자는 “진주와 전주 모두 이전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처지에서는 난감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식물검역원, 수의과학검역원, 수산물품질검사원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농수산식품검역검사청’(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검역검사청을 경북 김천시에 두려고 했지만 당초 수산물품질검사원이 이전하기로 되어 있던 부산 지역의 반발에 고심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고민하는 기업과 부처는 하나같이 “우리가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공공기관 중 규모가 큰 한전과 LH의 지방 이전은 영·호남 지역이 경쟁하고 있어 양 기관 모두 “위(정부와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협의’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이전 대상과 지역이 바뀔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거친 이후 지역발전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자체 간 협의가 실패할 경우 최종적으로 지역발전위원회에서 협의토록 되어 있다”며 “그 이외의 강제적인 규정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성배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애초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중앙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방에 대한 중앙 정부 주도의 ‘나눠주기 식 배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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