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7·14 전당대회에서 당의 획기적 쇄신과 자기변화, 국가의 비전 제시라는 취지가 갈수록 실종돼가는 느낌입니다. 특정 유력자에 기대거나 계파간 비방전 같은 구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경선주자들의 첫 정견발표 행사인 대구·경북권 비전발표회에서 친 박근혜 계의 이성헌 후보는 "박 전 대표는 정권재창출의 핵으로, 이런 핵을 내버려두고 딱총을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전날에는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상황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언급이라는 것을 공개했다가 박 전 대표 측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자 이를 뒤늦게 수정했습니다. 박 전 대표와 자주 대화하는 사이임을 강조하려다 '오버'한 셈입니다. 같은 친박계 서병수 의원 측과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잇따라 자신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선교 후보는 "나는 친박이다. 홍준표 후보는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때 '이명박의 직계'라고 말했다"고 했다가 홍 후보로부터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항의를 받고 사과했습니다. 5일 있었던 첫 TV토론에서는 친이계 김대식 후보가 "이성헌 후보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박근혜를 지키겠다'고 했는데, 이명박을 지키겠다고 할 순 없는가"라고 공격했습니다.
일부 친이계 후보 측은 청와대가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 즉 이심(李心)은 없다"고 했음에도 "청와대의 뜻이 우리 쪽에 있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며 이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다른 친이계 후보 측은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며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문과 격려를 한 것처럼 말합니다.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쇄신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를 보여줘야 할 자리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울림은 적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의중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며 표몰이해 보려는 후보들의 목소리만 큰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에게 낙점을 해달라고 하지 뭐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전당대회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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