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학교 대혼란… 교과부-서울교육청 ‘성취도평가’ 서로 다른 공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오늘-내일 전국시행 앞두고
서울교육청 ‘기타결석’ 공문
결국 교과부 방침대로 일단락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생 193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13, 14일 전국 1만1000여 개 학교에서 시행된다. 세 번째 평가다.

하지만 평가 실시를 하루 앞둔 12일 밤늦게까지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곽노현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 사이에서는 결석자 처리 방침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으로 이번에는 성취도평가 미응시자가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결석자 처리 방침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응시 학생의 처리 방침을 놓고 교과부는 ‘무단결석’을, 서울시교육청은 ‘기타결석’을 적용하겠다는 이중 지침을 내려 보내는 바람에 일선 학교는 큰 혼란에 빠졌다. ‘기타결석’은 부모·가족 봉양, 가사 조력, 간병, 공납금 미납 등 부득이한 개인사정에 의한 결석을 말한다. 따라서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그러나 ‘무단결석’은 태만과 가출 등 고의적 출석 거부로 인정돼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받는다.

곽노현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학생 또는 학부모의) 교육철학과 양심에 따라 시험을 거부한 학생은 ‘기타결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일선 초중고교에 내려 보내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3시쯤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지침을 내린 근거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양성광 교과부 교육정보정책관의 발언을 제시했다. 양 정책관은 “학교가 설득했는데도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밝힌 경우 대체 프로그램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해 대체 프로그램을 인정한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날 오전 곽 교육감의 ‘기타결석’ 공문발송 계획이 알려지자 오후 들어 서울시교육청에 “어떤 대체 프로그램도 사전 계획 시 인정될 수 없고 시험 거부 학생은 무단결석 또는 결과(缺課)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새로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기타결석’을 내용으로 한 공문을 일선 학교에 이미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자 교과부는 ‘무단결석’을 명시한 공문을 각 학교에 다시 보낼 것을 새로 요청했다.

줄다리기를 벌이던 양측은 이날 밤 늦게야 서울시교육청이 ‘무단결석’이 명시된 교과부의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 보내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의 입장은 늘 무단결석 또는 결과로 일관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방송에서 우왕좌왕 떠들어대면서 이 같은 혼란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상황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포진한 강원, 전북도 마찬가지였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한발 더 나아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지 않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결석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 선택권을 학생에게 줘야 한다”고 밝혔다. 두 지역 역시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과 같이 교과부 지침을 따랐지만 이런 유의 혼란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가능성이 많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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