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건립으로 논란이 됐던 경기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 전입금에 대한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판교특별회계는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토지 매각대금 등 각종 수입과 공공시설 건립에 쓰일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 2003년 만든 별도회계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수(稅收) 감소 등의 영향으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약 5200억 원을 일시 또는 단기간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 돈은 올해 일반회계예산의 45%에 이르는 금액으로 연간 가용예산의 1.5배 규모”라며 “지불유예 선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교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끌어다 쓴 돈은 (민선 4기 때) 공원 조성 등 급하지 않은 사업에 사용됐다”며 “한꺼번에 갚을 경우 (민선 5기) 주요 일반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대신 상환기간을 늘려 연간 변제액을 줄이고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수년간 이어진 재정 악화 탓이 크다.
문제는 판교특별회계에서 가져온 돈이 성남시의 순수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이 가운데 2300억 원은 공공사업비다. 아직 구체적인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판교신도시 공동 시행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갚아야 할 돈이다. 또 29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초과수익부담금도 주변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내놓아야 할 돈이다.
그러나 이날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재정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파산위기에 놓인 것은 아니기 때문. 또 관련 기관과 협의해 해결할 수 있는데도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성남시 안팎에서는 이 시장이 호화청사 매각에 이어 전임 시장과의 ‘선 긋기’ 차원에서 내놓은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H 측 역시 “성남시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불유예를 선언했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성남시가 선언한 모라토리엄은 현행 지방재정법에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이 시장이 전임 시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카드’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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