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성남시 “재정난으로 지불유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성남시장 “판교 사업비 5200억 나눠서 갚겠다”
LH “일방선언 황당”… 행안부 “법적근거 없어”

호화청사 건립으로 논란이 됐던 경기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 전입금에 대한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판교특별회계는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토지 매각대금 등 각종 수입과 공공시설 건립에 쓰일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 2003년 만든 별도회계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수(稅收) 감소 등의 영향으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약 5200억 원을 일시 또는 단기간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 돈은 올해 일반회계예산의 45%에 이르는 금액으로 연간 가용예산의 1.5배 규모”라며 “지불유예 선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교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끌어다 쓴 돈은 (민선 4기 때) 공원 조성 등 급하지 않은 사업에 사용됐다”며 “한꺼번에 갚을 경우 (민선 5기) 주요 일반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대신 상환기간을 늘려 연간 변제액을 줄이고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수년간 이어진 재정 악화 탓이 크다.

문제는 판교특별회계에서 가져온 돈이 성남시의 순수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이 가운데 2300억 원은 공공사업비다. 아직 구체적인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판교신도시 공동 시행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갚아야 할 돈이다. 또 29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초과수익부담금도 주변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내놓아야 할 돈이다.

그러나 이날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재정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파산위기에 놓인 것은 아니기 때문. 또 관련 기관과 협의해 해결할 수 있는데도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성남시 안팎에서는 이 시장이 호화청사 매각에 이어 전임 시장과의 ‘선 긋기’ 차원에서 내놓은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H 측 역시 “성남시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불유예를 선언했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성남시가 선언한 모라토리엄은 현행 지방재정법에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이 시장이 전임 시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카드’로 보고 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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