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선 주류 친이(친이명박)계 표심의 위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5명의 최고위원에 친이계 인사만 4명이 당선됐고 친박(친박근혜)계 서병수 의원은 5위로 ‘턱걸이’했다. 안상수 의원에 맞선 홍준표 의원은 ‘바람’을 기대했으나 안 대표를 지원한 친이 주류 진영의 조직표를 극복하지 못했다. 친이계 ‘오더 투표’? 안상수-나경원 조합과
안상수-정두언 조합 놓고 대의원들에 택일 주문 소문
친박후보 ‘턱걸이 당선’ 친박계 4명 5∼8위 차지 2명으로 교통정리 됐다면 1명 더 건졌을 가능성 단일화 효과 있었나 남경필과 단일화 정두언 여론조사 득표율 7.4% 그쳐 기대만큼 성과 못거둬
○ ‘조직’의 벽은 높았다.
안, 홍 의원은 일찌감치 당 대표를 놓고 다투는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했다. 친이계 조직을 등에 업은 안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3021표(20.3%)를 얻어 홍 의원(2372표·15.9%)을 649표 차로 앞섰다. 경선 초반부터 친이계 당협위원장들이 대부분 안 의원을 지지하는 등 일찌감치 ‘안상수 대세론’이 형성됐지만 홍 의원은 맹추격에 나섰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 막바지 안 의원의 병역기피 의혹 등을 제기하며 ‘뒤집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당내에선 친이계 대의원들을 상대로 ‘안상수-나경원’ ‘안상수-정두언’ 조합으로 투표를 주문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홍 의원은 전대 직후 “역시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고 자평했다.
홍 의원은 기대했던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안 의원을 크게 따돌리지 못했다. 홍 의원의 여론조사 득표율은 23.2%로 안 의원을 2.9%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안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가 만만찮았다는 얘기다. 막판에 출사표를 낸 나경원 의원이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해 홍 의원의 여론조사 득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 후보들이 4명이나 난립한 것도 홍 의원에게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친박계 후보가 교통정리됐다면 친박계 대의원들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엷은 홍 의원에게 1인 2표 중 1표를 던질 계획이었으나 후보 난립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친박계의 아쉬움
친박계에선 3선의 서병수 의원만이 체면유지를 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1924표로 5위를 한 데 이어 이성헌(1390표), 한선교(1193표), 이혜훈 의원(1178표) 순으로 친박계가 5∼8위를 차지했다. 만약 친박계 후보가 2명만 나와 네 후보가 얻은 5685표를 모두 나눠 받았다면 2명 모두 4위를 차지한 정두언 의원(2436표)보다 앞섰을 수도 있었다. 친박계 중진의원들의 주장대로 ‘교통정리’만 이뤄졌다면 친박계가 2명의 최고위원을 배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단상이 아닌 일반 대의원들과 함께 관중석에 앉아 전당대회를 지켜본 박근혜 전 대표는 “서 의원만이 최고위원에 선출돼 아쉽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정두언 4위는 했지만…
선거 막바지 4선의 남경필 의원과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룬 재선의 정두언 의원은 전체 득표에서 4위를 차지해 무난히 최고위원이 됐으나, 단일화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대의원 투표에선 3위를 차지했지만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득표율이 7.4%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편 초선쇄신대표로 나선 김성식 의원은 11명의 후보 중 10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정두언 의원이 남 의원과 소장파 그룹 단일화를 이루면서 초선쇄신파의 이미지가 희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호남 출신 첫 선출직 최고위원을 노렸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9위를 차지했다.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김 전 처장이 선진국민연대 논란에 휩싸인 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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