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아세안+3+호주 인도 뉴질랜드) 외교장관들은 22일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을 지지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21일 발표된 아세안 장관회의 공동성명보다 유엔 안보리 성명의 기조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성명은 우선 안보리 의장성명의 핵심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안보리 성명을 지지한다고만 밝힌 아세안 성명과 달리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에 대한 규탄을 포함하고 있는’이라고 수식했다. 아세안 성명에 포함됐던 ‘사건(incident)’ 대신 안보리 성명의 ‘공격(attack)’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내용과 한국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 성명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리 성명에 들어간 ‘북한의 책임’ 결론을 내린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넣지 않았고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북한의 반론도 넣지 않았다.
이날 성명은 한국과 중국이 벌인 치열한 기 싸움의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중국과의 수차례 협의 과정에서 특정 표현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아세안+3과 EAS 회의가 21일 끝나고 하루 뒤 성명이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는 “ARF에는 북한도 참가하기 때문에 성명 기조가 그대로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성명이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의 협의 결과물인 만큼 ARF 성명이 충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장국인 베트남은 ARF 성명에 안보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RF 성명은 안보리 성명의 기조를 유지하되 북한을 특정하지 않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ARF를 하루 앞두고 각국의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22일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외교장관, 아세안 사무총장과 잇달아 만났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한-아세안 회의에 이어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과 일본 외상을 만났다. 이날 도착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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