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응징 넘어 北지도부 달라질 때까지” 제재 장기화 예고

  • Array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 한미 대북제재 ‘北정권 교체까지 염두’ 의미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제재 정책이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언급은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북한이 무력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 ‘출구전략론’ 이긴 ‘대북압박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 시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장성명을 발표할 즈음부터 정부 내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이른바 ‘천안함 출구전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일부 당국자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북한과 마냥 대치할 수는 없다”며 이른바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남한이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해 문제를 풀기를 원하고 있다”는 전언도 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북한을 조금만 더 조이면 변화시킬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더 압박해야 한다는 데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는 논리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2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에서 대북 추가 금융제재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정권교체를 언급한 것은 이 같은 ‘대북압박론’에 한미 양국의 의견이 일치했음을 보여준다.

한미 당국자들이 공유하는 대북정책 구상은 ‘북한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와 군사적 압박→북한 지도부 내부 균열→김정일 정권의 몰락과 새 정권의 출현’이라는 그림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68세인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계속 나빠지는 가운데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이뤄질 취약한 내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 ‘돈줄 죄기’로 자중지란 기대

한미 양국은 2005년 9월 이후 대북 금융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약화와 균열을 초래하는 데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북한의 외화난은 심각한 실정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대북 소식통은 “한 부서는 중국 파견 인력의 올해 달러 예산을 지난해의 20%로 줄였고 급기야 최근에는 조직과 인력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가정교사였던 군부 내 소장파인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은 지난해 당과 군의 대남 부서를 통폐합해 총국을 만들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명분으로 각종 이권사업과 외화벌이 조직을 정찰총국에 귀속해 달러 수입원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그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군부 원로들의 이권사업을 빼앗으려 했다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가 이처럼 돈줄 죄기에 주력하는 것은 북한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경제적 기반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이 아니라 특유의 ‘수령경제’이기 때문이다. 수령경제는 김 위원장이 광산채굴권과 무기 제조·판매권 등을 노동당과 군부에 나눠줘 충성심을 유지하고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를 환수해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외화수입이 줄어들면 김 위원장과 엘리트의 ‘호혜와 상납의 고리’가 교란된다는 것이 한미의 인식이다.

○ 무력도발 등 부작용 우려도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강도 높은 제재가 북한 강경파의 무력도발과 중국의 개입 등에 따른 한반도 긴장관계의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 과정에 쿠데타 등이 발생하면 북한에 내란이 발생하고 중국이 1961년 7월 체결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규정된 ‘정치적 동란’이라고 주장하며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북 압박이 북한 내 군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대외적인 추가 무력도발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4일 미국의 금융제재와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한 북한이 6자회담 개최 요구가 거절되면 3차 핵실험 등 추가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은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여는 남한에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어뢰 한 방으로 6자회담의 5자 공조체제를 무너뜨렸다. 한국 정부가 현재의 북한 정권과는 영원히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처럼 시그널을 계속 주는 것보다는 북한이 대화에 다시 임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외교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며 “5자의 대북 공조 균열을 봉합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영상=“천안함, 북한제 중어뢰 수중폭발로 침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