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골목에서 중앙선관위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선거 관계자들이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선거하고 있는 거 맞나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선거관리국장인 프란시스코 포베 씨는 재·보궐선거에 나선 한 후보자의 부인의 유세차량 앞에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열심히 유세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느냐"며 "투표 전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포베 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해외 선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선거제도 및 선거관리기법 연수' 프로그램에서 선거운동 현장을 견학하고 있었다.
그를 비롯해 필리핀 카자흐스탄 카메룬 수단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8개국에서 온 14명의 각국 선거 관계자들이 이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투표를 하루 앞뒀음에도 조용한 지역 분위기에 대해 생소해했다. 에콰도르에서 온 페르난도 피타 씨는 "너무 조용하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선거운동에 제한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지역선관위 관계자인 토마스 발레라 씨는 "필리핀에서는 일반 식당에서 투표자에게 공짜 음식을 주는 등 자발적인 선거 참여 운동이 많은데 여기선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며 "한국 선관위 측이 투표일에 투표자에 한해 '대중교통 무료' 이벤트 등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카자흐스탄의 일랴스 쿠르마노프는 "시민들이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카자흐스탄과 비슷한 것 같다. 카자흐스탄에선 투표 전날에도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낯설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탄자니아 중앙선관위 행정부장인 모세스 민가 씨는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선 후보 등록 후엔 사퇴할 수 없는데 여기선 이틀 전에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그만두는 점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각 국의 이색적인 선거문화도 알려줬다. 콜롬비아 출신 마리아 델리오 씨는 "콜롬비아에선 투표 48시간 전부터 술을 못 마시게 한다"고 했고, 에콰도르의 피타 씨는 "후보자들이 거리유세 때 주민들에게 티셔츠와 펜 등을 나눠줘 사람들을 모은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들 외국인 연수생을 대상으로 13일부터 한국의 선거·정당·정치자금제도 강연 등을 펼쳐왔다. 28일에는 투·개표소 견학과 전자선거시스템 시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유민영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학년 송인광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양성희 인턴기자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