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본 ‘조용한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18시 31분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골목에서 중앙선관위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선거 관계자들이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골목에서 중앙선관위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선거 관계자들이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선거하고 있는 거 맞나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선거관리국장인 프란시스코 포베 씨는 재·보궐선거에 나선 한 후보자의 부인의 유세차량 앞에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열심히 유세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느냐"며 "투표 전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포베 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해외 선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선거제도 및 선거관리기법 연수' 프로그램에서 선거운동 현장을 견학하고 있었다.

그를 비롯해 필리핀 카자흐스탄 카메룬 수단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8개국에서 온 14명의 각국 선거 관계자들이 이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투표를 하루 앞뒀음에도 조용한 지역 분위기에 대해 생소해했다.
에콰도르에서 온 페르난도 피타 씨는 "너무 조용하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선거운동에 제한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지역선관위 관계자인 토마스 발레라 씨는 "필리핀에서는 일반 식당에서 투표자에게 공짜 음식을 주는 등 자발적인 선거 참여 운동이 많은데 여기선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며 "한국 선관위 측이 투표일에 투표자에 한해 '대중교통 무료' 이벤트 등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카자흐스탄의 일랴스 쿠르마노프는 "시민들이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카자흐스탄과 비슷한 것 같다. 카자흐스탄에선 투표 전날에도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낯설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탄자니아 중앙선관위 행정부장인 모세스 민가 씨는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선 후보 등록 후엔 사퇴할 수 없는데 여기선 이틀 전에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그만두는 점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각 국의 이색적인 선거문화도 알려줬다. 콜롬비아 출신 마리아 델리오 씨는 "콜롬비아에선 투표 48시간 전부터 술을 못 마시게 한다"고 했고, 에콰도르의 피타 씨는 "후보자들이 거리유세 때 주민들에게 티셔츠와 펜 등을 나눠줘 사람들을 모은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들 외국인 연수생을 대상으로 13일부터 한국의 선거·정당·정치자금제도 강연 등을 펼쳐왔다. 28일에는 투·개표소 견학과 전자선거시스템 시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유민영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학년
송인광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양성희 인턴기자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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