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은평을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재·보선은 6·2지방선거 이후 민심의 흐름을 가늠할 척도가 되기 때문에 여야는 총력을 기울여 선거운동을 벌였다. 특히 야권은 여권의 실세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서울 은평을), 윤진식 전 대통령 정책실장(충북 충주)에 맞서 후보 단일화로 맞불을 놓아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투표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자들의 윤곽이 오후 10시경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은평을] 단일화, 여론조사 뒤집을까
‘이재오 대 반(反)이재오의 대결.’
서울 은평을에선 한나라당 이재오, 민주당 장상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는다. 이 후보가 여권의 실세인 만큼 야권은 이 후보를 겨냥해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몰아갈 태세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 3당이 진통 끝에 장 후보를 중심으로 야 3당 단일화에 합의한 것도 이 후보를 꺾기 위한 승부수였다.
이 후보와 장 후보가 내건 선거이슈나 선거운동도 판이했다. 이 후보는 ‘지역일꾼론’을 외치며 선거운동 기간 내내 중앙당의 지원을 사양하며 바닥을 누비는 ‘나 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거일 직전에는 야 3당의 단일화 공세에 맞서 48시간 철야유세도 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 3당은 이 후보를 ‘정권의 핵심실세’ ‘4대강(사업) 전도사’로 규정하고 “이 후보를 떨어뜨려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둘째 누나인 노영옥 씨는 27일 상경해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출구에서 장 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를 벌였다.
야 3당 후보 단일화가 6·2지방선거 때처럼 위력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야 3당은 후보 단일화로 흩어졌던 야권 성향 표가 결집하기 시작한 만큼 장 후보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가 선거일을 이틀 앞둔 26일 오후에야 이뤄져 판세를 뒤집을 만큼 위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야는 투표율에도 주목하고 있다. 투표율이 낮고 중장년층 유권자의 참여가 많을 경우 이 후보가, 투표율이 높고 젊은층이 투표소에 많이 올 경우 장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 계양을]송영길 ‘후광’ vs 3수 ‘동정론’
인천 계양을은 16∼18대 총선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연속으로 3차례 당선된 곳이다. 민주당은 송 시장의 정치적 ‘후광’이 여전할 것으로 평가했다. 당 안팎에선 국무총리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김희갑 후보가 마지막까지 기대한 것도 ‘송영길 후광’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에선 17, 18대 총선에서 연이어 송 시장에게 패한 인천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이상권 후보가 3수(修)에 도전했다. 이 후보는 3수에 나선 ‘이웃사람’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며 지역주민들의 ‘동정’ 여론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 남구]민노후보 ‘민주텃밭’ 갈아엎나
광주 남구에선 야당과 야당이 ‘일대일’로 맞붙었다. 한나라당이 공천하지 않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만 각각 후보를 냈기 때문이다.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이 민노당 오병윤 후보를 단일후보로 밀어 민주당 심판을 외쳤다. 민주당은 “그래도 이명박 정부를 견제할 세력은 민주당뿐”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민주당에선 노무현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후보가 지역발전론을 내세워 뛰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민노당 오 후보는 야4당 단일후보임을 내세워 “호남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원 원주]與출신 각축… 민주 어부지리?
강원 원주는 치열한 3파전 구도다. 한나라당 이인섭 후보, 민주당 박우순 후보에 맞서 원주에서만 3선을 한 무소속 함종한 후보가 출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여권 성향 표의 분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후보가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한나라당 이계진 전 의원의 선거구를 물려받았지만 한나라당 출신 함 후보가 출마해 이탈표가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박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이광재 직무정지’ 최대 변수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은 도지사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가 된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옛 지역구(17, 18대)다. 그래서 일찌감치 이곳의 선거는 ‘이광재 선거’라는 평가가 많았다. 선거전 초반부터 ‘이광재 책임론’과 ‘이광재 동정론’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대한석탄공사 감사 출신인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는 “도정 공백은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 때문”이라며 ‘책임론’ 공세를 폈다. 반면 연극배우 출신인 민주당 최종원 후보는 “악의적 탄압에 의한 이광재 죽이기”라며 ‘동정론’ 확산에 주력했다. 염 후보는 평창, 최 후보는 태백 출신이다.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철원출신 4명 vs 양구출신 1명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보궐선거에선 4개 지역의 표심이 맞서는 ‘소(小)지역주의’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철원(3만7421명) 출신 후보가 4명이나 돼 철원에서 누가 표를 가장 많이 얻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박승흡, 무소속 정태수 구인호 후보(기호순)는 모두 철원 태생이다. 철원에서 특정 후보가 표를 독식하면 승기를 굳힐 수 있지만 표가 분산될 여지도 배제하기 힘들다. 민주당 정만호 후보는 양구(유권자 1만6796명) 출신이다.
[충북 충주]정권심판론 vs MB맨 설욕전
‘인물론’ 대 ‘심판론’.
충북 충주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인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와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 정기영 후보가 정면으로 붙었다. 무소속 맹정섭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정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MB맨인 윤 후보를 꺾어야 진정한 정권심판”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4대강 사업 저지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후보는 정 후보의 파상 공세에 맞대응을 자제했다. 대신 대통령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힘 있는 인물론’을 앞세워 지역개발 공약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충남 천안을]세종시 문제 여진에 촉각
충남은 세종시 문제의 진앙이었다. 충남 천안을 선거에서 세종시 문제의 여진(餘震)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민주당 박완주, 자유선진당 박중현 후보는 ‘세종시 원안을 지켜낸 후보’임을 앞세워 표밭을 누볐다. 선진당은 충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재·보선 8곳 중 이곳에서 유일하게 후보를 공천했다. 현지에선 세종시 문제가 국회 표결로 일단락된 만큼 더는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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