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이후]한나라 친이계 분화… 反朴-非朴만 남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축하합니다” 7·28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29일 당선 인사차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무성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축하합니다” 7·28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29일 당선 인사차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무성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정치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게 미덕이다.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계파 싸움 할 일은 없다.”

7·28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는 29일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그의 정치적 행보에 쏠린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지역구를 돌며 당선 인사를 하면서도 정치적 언급은 자제했다.

하지만 친이 진영에서의 위상을 감안할 때 그의 여의도 귀환을 계기로 친이계의 세력 재편과 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국 범친이계는 박근혜 전 대표를 얼마나 반대하느냐의 정도에 따라 반박(反朴)계와 비박(非朴)계만 남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이재오-김무성 대 안상수-홍준표

당내에선 이 당선자가 안상수 대표와 긴장관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당내 위상이 높았던 이 당선자가 당을 떠나 있는 동안 안 대표가 7·14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정치적으로 재기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양측은 긴장 구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안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경선을 거치며 불편했지만 이 당선자를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18일 만찬에서 이 같은 원칙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당선자가 본격적으로 세 확산에 나설 경우 안 대표 측과 파열음을 빚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반면 원내 사령탑인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 당선자의 든든한 후원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었던 김 원내대표가 친이계 좌장인 이 당선자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 이상득 의원은 ‘등(等)거리’ 외교

친이계 소장파 그룹의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 당선자와 손을 잡은 관계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 분석이다. 한때 정 최고위원은 이 당선자가 원외 시절에 그의 뜻을 당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당선자와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불편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 최고위원은 현 정부 초반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이상득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당선자 측은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당선자가) 당장 이상득 의원에게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2선 후퇴’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이 당선자와 안 대표, 홍 최고위원의 갈등을 중재하는 ‘등거리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이 당선자의 당선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 민주 책임론 봇물… ‘당권전쟁’ 시작됐다 ▼


“죄송합니다”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7·28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정세균 당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도 패배의 책임이 있다며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종승 기자
“죄송합니다”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7·28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정세균 당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도 패배의 책임이 있다며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종승 기자
민주당이 7·28 재·보궐선거 패배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여권 내부 권력 암투,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 여당에 악재가 꼬리를 물었음에도 참패하자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란 자기비판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당내에선 무엇보다 공천 과정을 패인으로 꼽는 진단이 잇따라 제기됐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9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야당은 치열함이 생명인데 얼마나 치열하게 국민에게 접근했는지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민심이 정권에 등을 돌렸고 여당이 많은 호재를 줬는데도 패배를 한 것은 안이한 공천에 큰 책임이 있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서울 은평을 선거 결과는 공천, 선거운동, 야권단일화 등 여러 가지를 놓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성명을 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 탓”이라며 “높은 투표율 속에서 참패했기에 어떤 변명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과감한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둔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후보가 공천된 것은 문제가 있었다. 민주당이 져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 은평을에 ‘이재오의 대항마’로서는 어렵다고 자체 판단했던 장상 후보를 대안이 없다고 선거 직전 공천한 것은 그야말로 안이함의 극치였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당권경쟁도 본격화됐다.

비당권파 원내외 모임인 ‘쇄신연대’는 이날 긴급 조찬회동을 갖고 “제대로 된 전략과 정책도 없이 선거를 치른 지도부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즉각적인 총사퇴와 임시지도부 구성을 요구했다. 8월 말 또는 9월 초 치러질 전당대회 때까지 사실상 비대위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쇄신연대 대변인 격인 장세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늦어도 주말 전까지는 스스로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박주선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미 임기가 종료된 현 지도부의 사퇴와 임시 지도부 구성을 위한 질서 있는 당내 논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파 측은 이런 공세에 정면대응을 삼가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러나 정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선거 결과를 엄정히 평가받겠다는 쪽으로 태도를 정리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다음 달 1일경 당권 재도전 의사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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