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 출간… 출생비밀 등 담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난 ‘작은댁’의 아들이었다”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을 감춘다 해서 어머니의 명예가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29일 출간됐다. ‘김대중 자서전’(전 2권·삼인출판사)에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 한 번도 말한 적 없던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파란만장했던 삶에 대한 회고가 담겼다. 자서전은 2004년부터 김 전 대통령이 41차례에 걸쳐 구술한 녹취와 일기 등을 바탕으로 쓰였다. 서거 1주기(8월 18일)를 앞두고 30일부터 시중에 판매된다.

김 전 대통령은 2004년 8월 정적(政敵)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 시절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보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드립니다”라고 말한 일을 소개하면서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했다. 박정희가 환생해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 사과는 독재자의 딸이 했지만 정작 내가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고 썼다.

민주화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1987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선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물론 단일화했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저들의 선거 부정을 당시로서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1990년 3당 합당과 관련해 “민심에 대한 쿠데타이자 야합의 주역이 김 씨였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보다 집권욕이 앞섰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민주투사’ 김영삼은 이렇게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문민정부는 용을 그리려다 뱀을 그렸고, 그 자신도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로 변해 버렸다”고 혹평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는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4 남북공동성명’의 예를 들면서 ‘임동원(당시 대통령 특보), 김용순(당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자고 했지만 적극 설득해 두 정상 명의로 선언문이 작성됐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대통령이 전라도 태생이어서인지 무척 집요하군요”라고 말해 “김 위원장도 전주 김씨 아니오”라고 응수했으며, 이에 김 위원장이 “아예 개선장군 칭호를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라고 하자 “개선장군 좀 시켜 주시면 어떻습니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덕 좀 봅시다”라고 다시 응수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2002년 4월 임동원 특사 방북 때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해 왔으나 “답방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그것은 서울이 아니더라도 남쪽 땅이어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가져온 검찰 수사에 대해선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라며 “너무도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며, 권력에 굴종하다가 약해지면 물어뜯는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실용적인 사람으로 알고 대세에 역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내가 잘못 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선 “한국 외교 사상 가장 최악의 실패작을 다시 되풀이할 가능성” 등의 표현을 써 가면서 “이 대통령은 철학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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