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0일 7·28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당권파 측 최고위원들의 만류로 정 대표의 거취는 결론이 유보됐다. 비당권파 인사들은 “꼼수”라며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가동을 촉구해 민주당의 내홍(內訌)이 깊어가고 있다.
○ 정 대표, 공개 회의에선 ‘정면돌파’
선거 후 이틀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선거 결과는 당 대표인 제 책임이지만 제 거취 문제가 과도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고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어떻게 실천할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2년 전 민주당이 과연 집권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많았지만 지난해 두 차례의 재·보선, 6·2지방선거 등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얻어왔다”는 자평도 곁들였다. 당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박주선 최고위원이 정 대표를 압박했다고 한다. 그는 “책임의 유무, 경중을 따지지 말고 전당대회에 앞서 새 결의와 각오로 국면을 전환하는 차원에서 지도부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며 “대표뿐 아니라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임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대표가 ‘선거에서 졌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그렇다면 당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박주선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나 혼자서 지겠다”고만 말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가 직접 사의 표명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권파 측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의 사퇴를 만류했고, 결국 정 대표 사퇴 문제는 다음 달 2일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우 대변인은 “정 대표는 본인만 물러날 테니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당헌, 당규는 대표 궐위 시 최고위원 가운데 전당대회 득표순으로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 7월 전당대회 때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최고위원은 송영길 인천시장이고 그 다음은 정 대표 측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김민석 최고위원이다.
○ 비당권파, “꼼수… 비대위 체제로 가야”
비당권파 결사체인 ‘민주희망쇄신연대’는 긴급 연석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정 대표의 발언(나 홀로 사의 표명)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으로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5선의 김영진 의원은 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나 일부 지도부가 ‘그리하지 마소서’라고 하니 접는다는 얘기냐. 지금이 중세시대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학진 의원은 “사의 표명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헷갈린다”고 했고, 장세환 의원은 “정 대표 등 현 지도부의 임기(2년)는 만료된 상태여서 ‘나 홀로 사의 표명’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한마디로 ‘꼼수’”라고 했다. 민주계 소장파인 장성민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처럼 희한한 사의 표명은 난생 처음 듣는다”며 “‘책임론 물 타기’”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25명으로 구성된 전당대회 준비위를 구성했다. 문희상 의원을 위원장으로 부위원장엔 김부겸 문학진 의원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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