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이 탈북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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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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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늘던 탈북 입국 올해 뚝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늘던 국내 입국 탈북자가 최근 크게 줄고 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 당국이 탈북 방지를 위한 감시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입국자=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탈북자는 1237명(잠정 집계)으로 지난해 전체 2927명의 42.3%다. 하반기 입국자는 상반기보다도 더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탈출해 실제 한국에 들어오는 데는 반년 이상 걸리는데 올 상반기부터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전체 입국자는 2000명가량으로 지난해의 3분의 2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 동안 탈북 입국자가 매년 평균 280명 정도 증가했던 추이를 감안하면 올해는 예상 입국자가 3200명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크게 못 미쳤다. 1990년대 초반까지 한 해 몇 명에 그치던 국내 입국 탈북자는 1994년 52명으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더니 5년 만인 1999년 100명을 넘었다. 이어 2002년과 2006년에 각각 1000명과 2000명을 돌파했다.

▽북한 국경 봉쇄 강화=무엇보다도 북한 당국의 탈북자 감시가 전례 없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하자 정보 유출을 막고 대량 탈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경 봉쇄에 총력을 기울였다. 올해 2월 양대 보안기관인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처음으로 연합성명을 내고 ‘불순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성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뒤이어 외지인들의 국경지역 왕래가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고 각종 중앙 검열단이 지속적으로 국경지역을 휩쓸며 휴대전화 색출과 탈북 기도자 및 방조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탈북한 후 중국에서 검거돼 북송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됐다. 예전엔 생계형 탈북은 몇 달간 노동단련형에 그쳤지만 최근엔 예외 없이 3년 이상 교화형을 선고한다. 심지어 공개총살도 빈번해졌다.

탈북 감시가 강화되다 보니 예전엔 남한 돈 몇 만 원 선에서 흥정되던 도강(渡江) 비용이 최근엔 몇 백만 원으로 치솟았다. 실제 탈북은 이 돈을 줘도 쉽지 않다. 한국에 먼저 입국한 탈북자가 북한에 돈을 보내 남은 가족을 빼오려 해도 지금은 돈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하기도 매우 힘들다. 북한의 이 같은 탈북 감시 및 북송 탈북자 탄압 강화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무관치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에 벌어지는 ‘기 싸움’에 힘없는 탈북자가 피해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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