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일 총사퇴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하루 내내 9월 전당대회 때까지 임시 지도부를 운영할 주체를 둘러싸고 격론을 벌이다 밤늦게 지도부 총사퇴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 정세균 ‘김민석 대표직 승계’ 희망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에서 아쉬운 결과를 낳게 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당의 공정한 (전대)경선 관리를 위해 사퇴한다”고 밝혔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이로써 2008년 7월부터 유지해온 정세균 체제는 2년 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정 대표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국민을 위해 어떤 비전과 자세로 일할지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표직 사퇴와 당권 재도전 의사를 함께 담은 것이다. 정 대표 측 주변에선 “정 대표는 재·보선 참패로 인해 물러나기보다는 ‘당권을 쥐고 당권 재도전에 나서려 한다’는 비당권파의 반발을 의식해 당 대표직을 그만두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정 대표는 “지도부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 총사퇴에는 반대했다. 그는 2008년 전대 최다 득표자(송영길 인천시장 제외)인 김민석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비주류 진영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김 최고위원이 사실상 정 대표 측 인사여서 공정한 전대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만과 함께 김 최고위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9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 비당권파 극력 반발에 지도부 총사퇴
비당권파 결사체인 ‘희망민주쇄신연대’는 2일 오전 긴급 모임을 갖고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현 지도부가 만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첫 회의에도 불참했다. 당권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 측 김부겸 의원은 “전대준비위 구성에서 (계파별) 안배가 제대로 안됐다”며 전대준비위 부위원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지도부 총사퇴는 당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했던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도부 총사퇴론에 가세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이 자리엔 최고위원이었던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참석했다. 2시간 반 동안의 격론 끝에 △지도부 전원 사퇴 △박지원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총원 11명) 구성에 합의했다. 비대위에는 박기춘 박병석 조영택 최영희 최철국 홍영표 의원과 김태년 신계륜 전 의원 등이 선임됐으며, 나머지 2명은 3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가 지명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때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패하자 문희상 당의장 등 지도부 전원이 사퇴하고 정세균 당시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임시 지도부를 발족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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