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 비선 어떻게 만들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2008년 숭례문 금강송 문제로 박철수 만나고
2009년 대북사업가 소개받아 北통전부 접촉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북한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던 임 실장은 서울을 방문한 중국동포 박철수 현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총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08년 2월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금강송을 북한에서 조달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박 총재는 임 실장에게 북한 국책사업의 자금공급기관인 국가개발은행을 만드는 과정에 남측이 재정적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자본금을 100억 달러까지 확보하는 데 한국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 총재는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에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 우선권을 주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이 제안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실장은 2009년 초 당내 여의도연구소 소속 인사와 그가 추천한 대북 사업가를 통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인사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북 사업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북한을 자주 왕래하며 남북의 대화채널 역할을 한 인물로, 임 실장의 비선 역할을 통해 대북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정책위의장에서 물러난 지난해 5월부터 9월 노동부 장관에 임명될 때까지 대북 사업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제출한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그는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동안 다섯 차례(미국 1회, 일본 중국 각 2회) 해외로 출국했다. 그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북측과 만났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록이다.

6·2지방선거 후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임태희 장관이 내심 통일부 장관 자리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서 돌았다. 여권 관계자는 “대북정책을 자신의 뜻대로 펴보고 싶다는 포부가 임 실장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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