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정책 뒤집기]“불법이라면 책임 묻겠지만…” 속수무책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 뒤집기’가 속출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들을 지도 감독하는 정부가 대응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 지방자치법 제169조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부처 장관이 서면으로 시정을 명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령을 위반하는 사안에 한정되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책을 뒤집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제 이 규정을 적용해 정부가 지자체장에게 책임을 물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정부가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지자체장의 ‘정책적 판단’의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것은 지방자치제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장의 불법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설 수 있겠지만 정치적, 정책적 판단까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잘못된 판단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주민들이 심판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정책을 별다른 근거 없이 뒤집는 바람에 생기는 손실이 적지 않았다. 북한의 무단 방류 때문에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임진강 지류 한탄강에는 1999년 댐 건설이 결정됐다. 하지만 2002년 당시 댐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결국 7년여 동안 건설이 표류했다. 이 때문에 당초 9700억 원이던 공사비용이 1조767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 이 기간에는 북한의 수공(水攻) 위협을 막을 길이 없었다.

일부 지자체장과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한강유역 이포보와 낙동강유역 함안보 점거 농성 때문에 9일 동안 7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후 하루에 5000만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4대강 추진본부 관계자는 “직접적인 손실도 문제지만 일부 지자체장이 반대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공사기간 단축이나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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