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추진 5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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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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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북한과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지만 남북관계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상징되듯 최악의 갈등국면으로 귀결되었다. 현 정부가 정상회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① 최고지도부의 전략적 마인드 부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개성 비밀회담에 그동안 대북 협상을 맡았던 임태희 대통령실장(당시 노동부 장관) 대신 현인택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 관계자를 내세우고 정상회담 개최 조건을 대폭 높였다. 특히 갑자기 조건을 바꾼 것은 협상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할 최고지도자가 일관성을 잃은 것으로 비친다.

② 대북 협상의 아마추어리즘

이 대통령, 임 실장, 현 장관 등은 모두 대북협상 전문가가 아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부부장 등은 수십 년 동안 대남 협상을 해 온 베테랑들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과의 대화는 위험하다. 반드시 그들의 생리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그래야 협상 과정에서 생기게 마련인 다양한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정상회담에 대한 과도한 열광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정치권 안팎에는 얽히고설킨 남북관계를 푸는 데는 정상회담이 해결책이라는 정상회담 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를 잘 아는 북한은 그동안 당국 간 대화가 잘 안 되면 정치권 비선을 통해 대통령과 직거래하려 했다.

④ 막연한 ‘북한 붕괴’ 기대심리

정부 일각에는 북한이 언젠가는 태도를 바꾸거나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 그러나 그게 아닐 경우를 대비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평양에 보내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할 때 “한쪽 손이라도 잡고 있어야 적이 공격해 올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⑤ 당국자들의 대북 협상 비밀주의

정부 당국자들에겐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회담과 11월 개성회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모두 ‘비밀’이다. 그런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난무한다. 북한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북한과의 협상, 특히 정상회담 협상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비밀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까지 갉아먹을 정도의 과도한 비밀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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