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에서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걷은 광역단체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감 중에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4일 16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수한 6·2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자 14명과 교육감 당선자 10명 등 24명에 대한 300만 원 초과 고액 후원금 기부자 626명의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은 고액후원금을 받지 않았고, 임혜경(부산), 민병희(강원), 김복만(울산), 이영우(경북), 안순일(광주), 나근형(인천) 교육감은 고액후원자가 없거나 후원회를 두지 않아 조사에서 제외했다.
○ ‘보험성 보은성’ 후원금 적지 않은 듯
광역단체장 중 고액 후원금을 많이 거둔 당선자들은 재선이나 3선이 많았다. 1위인 김문수 경기지사(재선)는 모두 94명으로부터 4억6880만 원을 받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재선)이 61명으로부터 2억9810만 원, 박준영 전남지사(3선)가 57명으로부터 2억8250만 원을 각각 받아 그 뒤를 이었다. 교육감 중에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21명에게서 1억350만 원을 모금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기용 충북도교육감(16명·8000만 원), 김신호 대전시교육감(10명·5000만 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10명·4900만 원)의 순이었다.
고액 후원금 기부자 626명 중 ‘사업·자영업자’는 모두 338명으로 54%에 이르렀다. 직업을 밝히지 않은 경우가 114명(18.2%), 회사원 10.4%(65명),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53명(8.5%)으로 나타났다. 사업·자영업자의 상당수는 해당 지자체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이거나 지역 경영자협회 회장인 것으로 나타나 ‘보험성’ 또는 ‘보은성’ 후원금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후원금 기부자 목록에는 SKC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이 올라와 있다. 각각 500만 원씩을 기부했다. 최근 수원시로부터 공장 증설 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인 SKC 측은 “개인 자격으로 기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에게 대표와 임원 명의로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한 새천년종합건설은 지난해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공사 등을 전남도에서 수주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남영건설 역시 임직원 명의로 총 1000만 원을 후원했다.
3선의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의 고액 후원금 명단에는 학교법인 형석학원 설립자인 김맹석 씨가 포함돼 있다. 형석학원 소속인 충북 형석고는 이 교육감 재임 시절인 2007년 농어촌 우수고로 지정돼 도비 지원을 받아 학생 숙소, 강의실 등이 포함된 학사를 새로 지었다. 이 교육감은 알프스수련원 한창환 대표로부터도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여러 후보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기부자도 있었다. 이승한 홈플러스회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각각 5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대부분 “개인적 친분이 있어 기부한 것”이라거나 “정치 철학에 공감해 후원했다”고 밝혔다. 같은 고향 출신이거나 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 후원금 내고 도청으로?
고액 후원금 기부자가 당선자 인수위원회나 도정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김부일 전 KBS 제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은 우 지사 취임 이후 제주도 환경부지사로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우 지사 인수위원회의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오경애 전 제주YWCA 회장과 진광남 제주플라워 대표도 선거 당시 각각 450만 원, 500만 원을 후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엄재숙 아이젠교육 대표는 인수위 교육문화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경목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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