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6월 검사 착수前… 아인혼 방한때 “폐쇄” 촉구
정부, 독자적 이란제재 방안 검토… “기업피해 최소화”
미국 정부가 최근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이란의 핵확산 및 테러 활동과 관련된 자금거래 등을 했다는 ‘기록(record)’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은 이달 초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문제성 있는 금융거래’에 대해 거듭 설명하고 한국 정부가 지점폐쇄 등 제재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 측이 제시한 기록을 토대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정기검사를 벌인 데 이어 5일 독자적인 이란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부 고위 당국자는 5일 “미국 정부가 ‘몇 달 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핵확산 테러 관련 문제 행위에 대한 기록을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전달했다”며 “그 시기는 한국의 금융당국이 6월 이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하기 전”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6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정기검사를 벌여 현재 검사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나 지점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정기검사는 통상적인 검사 수준을 넘어 미국 측이 제시한 기록이 맞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정보 및 금융당국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문제행위의 ‘기록’을 축적해 왔고 그 행위가 핵확산과 관계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 같다”며 “아인혼 조정관의 이번 방한도 이 은행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멜라트은행은 이란의 3대 국영은행 중 하나이며 2001년 설립된 서울지점은 중동 이외 지역에서는 유일한 해외 지점으로 이 은행의 ‘아시아 금융 허브’ 역할을 해 왔다.
정부는 독자적인 이란 제재에 들어가더라도 국내 기업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재 강도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별도로 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제재의 상한선인 미국 수준과 하한선으로 여겨지는 일본 수준의 제재 사이에서 한국 기업의 정상적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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