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각]이재오 ‘스페셜 미션’은 개헌-선거구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 재·보선 당선 11일만에 특임장관 내정

빨간티 입고 기자간담회장으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에서 당선 인사를 하러 돌아다니던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특임장관 임명 소식을 들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불광동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빨간티 입고 기자간담회장으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에서 당선 인사를 하러 돌아다니던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특임장관 임명 소식을 들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불광동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40대 총리 발탁과 더불어 ‘8·8개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발탁이다. 이 의원의 입각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7·28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불과 11일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이 의원 스스로 ‘낮은 자세’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 의원은 개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당분간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공언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여권 내에서 이 의원의 위상, 특임장관이란 자리가 갖는 성격 등을 감안할 때 그의 입각은 예사롭지 않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이 왜 그를 서둘러 내각으로 불러들였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이 대통령이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집권 중후반기에도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6·2지방선거 후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표결 과정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정부가 손발이 맞지 않고 따로 노는 것에 크게 실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당 내의 활발한 논의를 간곡히 당부했음에도 그런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무력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이른바 ‘무임소’로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무한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특임장관에 이 의원을 임명한 것은 자신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당과 내각을 오가며 당정청의 유기적 작동 체계를 구축하라는 ‘미션’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벌써부터 여권 내부에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추진 및 정치개혁 현안, 남북관계 등에서 이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개혁 화두 중에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추진이 ‘이재오 장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의원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이 의원이 개헌을 포함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개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여야, 친이-친박계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정치를 복원하는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한 그가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지 작업을 하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 대통령의 관심은 정권 재창출보다는 현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에 있다는 반론도 강하다.

한편 이 의원이 당보다는 내각에 있는 게 당내 분란을 막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의원이 당에만 있으면 당 지도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이 의원 중심으로 모이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각에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입각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도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의원이 개헌작업을 주도하면 친박 진영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친이계 소장파 의원은 “앞으로 대통령정무수석의 역할이 있겠느냐”며 힘이 지나치게 그에게 쏠릴 것을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은평구 지역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영광스러운 자리 같으면 마다할 수 있지만 어렵고 험난한 자리여서 못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말할 수 없었다”고 특임장관직을 맡게 된 소감을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경북 영양(65) △영양고 △중앙대 경제학과 △장훈고 대성고 교사 △민중당 사무총장 △15, 16, 17, 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내대표, 사무총장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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