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표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담화는 사과 표현의 수위와 발표 시점, 비(非)자민당 출신 총리의 주도라는 점에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와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문화재 반환 등 사과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을 포함한 데다 사과 대상을 한국으로 특정해 역대 총리 담화 중 가장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역대 총리 담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한일 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 무라야마 담화와 닮은 점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총리 담화와 총리 공식발언의 형태로 몇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가운데서도 무라야마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및 일본 패전 50주년을 기념해 1995년 8월 15일 발표한 담화는 지금까지 있었던 총리 담화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내용으로 평가돼 왔다.
무라야마 총리는 이 담화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발표했다. 간 총리의 담화 역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진일보한 총리 담화가 비자민당 출신 총리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무라야마 내각은 사민당과 자민당의 연립정권으로 탄생했지만 무라야마 총리는 당시 사회민주당 당수였다.
하지만 무라야마 담화 때나 간 담화 때 모두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와 군 위안부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점이다.
○ 역대 총리 담화와 다른 점
간 총리의 이날 담화는 과거에 대한 사과 표명에 그치지 않고 조선왕실의궤 등 국보급 문화재의 반환을 약속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역대 총리 담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또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돼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한국동포에 대한 지원과 한반도 출신 강제징용 사망자의 유골봉환 지원 등에 대한 인도적 협력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담화가 사과의 대상을 아시아 여러 국가로 하고 있지만 이번 담화는 한국의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사과 대상을 한국인으로 특정한 것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편 간 총리는 담화에서 “정치적 군사적 배경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배”라고 규정해 병합 과정이 강제적이었음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이는 최근 한일 지식인들이 병합조약의 강제성을 이유로 조약 자체의 원천무효를 주장한 논리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식민지 지배의 근거가 된 병합조약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