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中, 北체제 비호땐 ‘하나의 중국’ 논리 퇴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한반도 분단 유지가 中국익 갉아먹는 ‘10가지 이유’ 제시
대통령직속 자문기관… 민감한 외교문제 공론화 이례적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전통적으로 ‘북한 완충지대론’에 근거해 있다. 북한을 통해 미국 등 해양세력을 막는다는 지정학적 논리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반도 분단 상태의 안정적 관리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여기면서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이 ‘북한 완충지대론’에 매달려 핵을 개발하는 북한을 정치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한반도 분단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한 정부 차원의 보고서가 나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이기택, 사무처장 김병일)는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 10명에게 집필과 감수를 의뢰해 ‘한반도 통일이 주변 4국에 주는 영향과 이익’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동아일보가 11일 입수한 이 보고서는 ‘한반도 현상유지가 중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의 문제점’이라는 항목에서 북한 체제 유지가 중국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10가지로 열거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국이 북한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난이 제기됐지만 한국 정부 기구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보고서 형식으로 공론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평통은 이 보고서를 통해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4개국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상세하게 제시했다. 핵심 내용을 발췌한다.

신석호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1]中의 ‘北비핵화 의지’ 의심 고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국제사회와 대치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점차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에서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안보를 위해 경제 및 전략물자의 지원을 지속할 경우 국제사회는 중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2]北을 대신해 외교갈등 악역 수행

북한은 탈북자 문제, 미사일 발사, 핵실험, 6자회담 보이콧 등으로 중국을 외교적으로 난처하게 만들고,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갈등을 빚게 하는 악역을 중국에 강요하고 있다.
[3]국익위해 타민족갈등 이용 비도덕적

자국의 국익을 위해 타국의 국토 분단, 민족 내부 갈등을 이용하여 어부지리를 취하겠다는 것은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4]中의 부상-평화적 발전 논리 타격

중국의 부상이 세계와 주변 국가에 위협이라는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③번과 같은 논리가 확산되는 것은) 주변국의 의심만 가중시키고 중국의 부상이 타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평화적 발전’ 논리도 허구임을 드러낸다.
[5]北비호 계속땐 한미동맹만 강화돼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이 중국이 한국의 이해를 무시하고 북한을 비호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도 한미동맹 강화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행위는 미일동맹 및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체제를 공고하게 만들고 미일의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6]“中이 통일 방해” 북 내부서도 반감

한반도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기 때문에 중국이 시대착오적인 김정일 정권을 계속 지지한다면 한국 국민뿐 아니라 각성한 북한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도 커진다.
[7]북핵, 中분리독립세력에 유출 우려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확산은 한미일뿐 아니라 중국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만약 북한 핵무기가 잘못하여 신장이나 티베트 분리독립주의 세력의 손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8]대만과의 통일 막는 분열세력 득세

하나의 중국과 대만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이 ‘한반도 분단과 두 개의 한국이 중국의 국익에 유리하다’고 선언한다면 같은 이유로 중국 내부혼란과 양안분열 고취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다.
[9]대량 탈북땐 동북3성 관할 어려워

북한은 외부 문명세계와 스스로 단절하여 국제적 고립을 선택했다. 선군정치하에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폐쇄적인 북한 때문에 중국 동북3성은 섬과 같은 내륙지역으로 전락한다.
[10]‘밑빠진 독’ 원조에 중 내부 반발

중국 국내에도 농업, 실업, 빈곤 문제가 산적한 마당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대북원조에 대해 중국 국민도 반대하기 시작한다. 중국에서도 한민족은 본래 자주정신과 민족의식이 강해 (중국의) 분단정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세계 WMD확산 커넥션 와해

비정상적인 체제인 북한의 소멸과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은 북한 자체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뿐만 아니라 시리아-파키스탄-이란-북한을 잇는 WMD 확산 커넥션의 와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국제적인 비확산, 반(反)테러 노력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를 제공한다.

통일한국의 등장은 동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 안보에 긴요한 동맹 네트워크가 강화 및 확대됨을 의미한다. 통일한국의 탄생은 중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는 동아시아 지역에 작전 가능한 수준의 미군이 주둔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통일한국의 출현은 한반도 내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단일국가의 성립을 의미하며 이 자체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 통일한국은 일본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경제적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방위비 지출을 줄이고 북한주민의 대량 탈북 등 인권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중국]대만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

한반도 통일은 분단국가인 중국의 대만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 실현될 경우 중국과 대만에서 양안(兩岸)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한국은 비핵화와 핵확산 방지를 추진하고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것이다. 한반도 전체가 지금의 북한에 비해 더 좋은 전략적 완충지대로 전환할 것이다. 북한지역의 경제개발은 중국 동북3성의 발전을 촉발할 것이다. 중국은 대북지원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없어지고 통일한국은 중국에 엄청난 시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협력파트너로 등장할 것이다. 중국 내 반한 감정, 한국 내 반중 감정이 해소되고 한반도를 통한 해양세력과의 경제적 문화적 소통이 확대될 것이다.
[일본]경제 발목잡던 北리스크 제거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초래된 일본의 동북아지역 안보불안 요인이 통일한국의 핵 투명성 보장과 생화학무기 폐기로 해소된다.

통일한국이 이뤄지면 동아시아 질서가 변화되면서 일본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지나치게 안보에 대한 공헌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어떤 이슈를 놓고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우 일본은 통일한국과의 협력으로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 상황에서 한반도가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전쟁과 막대한 통일비용, 북한의 권력승계 불안 등에 따른 대북 리스크가 주변 국가들의 경제발전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해 왔지만 (통일한국의 출발로) 이러한 안보불안이 제거되면 동아시아, 특히 일본에는 안정적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은 새로운 한반도라는 시장을 개척해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
[러시아]국경 안정돼 극동개발 쉬워져


통일한국은 러시아에 북한 비핵화 실현 및 동북아 정세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동북아 국경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제거되고 전쟁 및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현재와 같은 남북한에 대한 균형외교가 불필요해지고 (통일한국과 러시아의) 우호적인 선린관계가 구축될 기회가 온다. 통일한국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국제질서 구도에서 세력균형자 역할을 수행하고 러시아 입장에서 이는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대체세력의 출현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통일한국과의 경제적 협력 증대로 커다란 실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투자와 기술, 자본 유입을 기대할 수 있고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발전에 긍정적 경제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북한지역이 연계된 대형 경협 프로젝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
■ 보고서 작성 누가… 활용 어떻게
국내외 전문가 10명 집필-감수
해외 자문위원에 홍보용 배포


민주평통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의 당사자인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에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일부 국가별 이익이 상충하는 대목도 있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주변 4대 강국이 모두 한반도 분단의 유지를 원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이 명분과 실리의 두 측면에서 주변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널리 홍보해야 할 때”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평통은 A4용지 50여 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를 한국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자문위원 1만7800여 명에게 보내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 여론 조성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등 정식 정부기관이 공개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자문위원들을 통해 통일을 위한 민간 외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4대 강국별 보고서 집필자-감수자는 다음과 같다.

△미국=차두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오공단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일본=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교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미야 다다시 일본 도쿄대 교수

△중국=조현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박건일 중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

△러시아=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정은숙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0-08-13 12:47:40

    중공의 중화제국주의자들에게 보내는 핵폭탄 수준의 경고 메시지로군요. 향후 중공의 반응이 무엇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 2010-08-12 12:04:30

    이런나라가 대만을 자기땅이라고 공갈치고 협박하고잇지않은가!. 웃기는 데국넘들...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