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남한과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외교전쟁’을 한창 벌이던 지난달 북한이 또다시 남한에 정상회담 개최 메시지를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측 통일부와의 당국 간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12월 별도의 여권 중진 인사 채널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를 계속하자는 뜻을 전해 왔고 남측은 이를 무시 또는 거부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을 일으키고 나서도 남측에 정상회담을 열자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며 “겉으로는 대북 제재에 대한 군사보복 방침을 천명하면서 물밑으로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 전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정상회담 논의를 제안한 배경을 “북한은 (지난해 2차 핵실험과 올해 천안함 사건으로) 경제제재를 당한 뒤 연간 최소 10억 달러의 수입이 줄어들자 목줄이 타들어 가고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지원이 재개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대북 비선을 움직였던 임태희 씨가 7월 9일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뒤 북측이 남측 정부에 연락해 ‘지난해 10월 임 실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정상회담 개최 및 대북 경제지원)을 이행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니 개성 자남산여관으로 사람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는 한 인사를 개성으로 보내 “당시 약속은 지킬 수 없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고 답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최근까지 북측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정상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전해 온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그 경로가 공식적인지, 비공식적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밑에는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는 “북한에서 온 메시지가 없으며 정부 차원에서 북측과 대화가 이뤄지는 것도 없다. 북한과 대화 채널이 끊어진 상태다”라며 부인했다. 다른 관계자도 “자남산여관으로 사람을 보냈다는 내용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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