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논란이 청문회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나라당은 차명계좌 특검(특별검사) 요구를 청문회 이후에도 끌고 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 물 타기’라는 민주당의 반발에 맞서 ‘역사적 진실 규명’이라는 명분으로 정면 돌파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0일 동아일보에 “19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23일)를 지켜본 뒤 필요하면 지도부 차원에서 특검 요구를 다시 논의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청문회 이후에도 차명계좌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특검 고삐’를 더욱 조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노 전 대통령 사건 관계자가 증인으로 채택돼 있지 않아 조 후보자의 해명 말고는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24, 25일 열리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이 증인으로 나올 수 있어 이 자리에서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특검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망자(亡者)에 대한 특검이라 안된다고 하는데, 이 특검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면 차명계좌에 들어온 돈을 준 사람이 있을 테고 그건 뇌물 공여에 해당한다”며 “망자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준,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특검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존재 논란은 차명계좌가) 있느냐 없느냐의 단순한 문제인데 이걸 덮고 (조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특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앞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반격도 거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있지도 않은 차명계좌를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특검 운운하는 것은 준비된 인사청문회에 덫을 걸려는 작태이기에 민주당은 앞으로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별렀다.
이어 그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100억 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로 존재한다’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2008년) 망언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건에 대해선 2년째 ‘수사 진행 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차명계좌 발언 고소건)엔 전광석화처럼 ‘수사에 나서겠다’며 마치 뭔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려는 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은 조 후보자 청문회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청문회에 불참할 경우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를 대상으로 차명계좌 논란을 일방적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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