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조건 고개 숙이기’와 ‘동문서답’ 작전으로 일관했다. 여야 의원들은 12시간여 동안 무려 일흔 번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존재하는지를 물어봤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초점을 비켜가기로 작심하고 나온 듯 “송구스럽다”는 말만 24차례 반복했다. 일부 질문에 대해선 주제와 무관한 답변을 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조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시절에 의해(중용된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있을 발판이 된 것 아니냐.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백원우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왜 당당하게 말을 못하느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최규식 의원은 “나라를 흔들어 놨으면 분명한 대답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문학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해) 구체적인 금액이 얼마냐”고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동영상) 발언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조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일부 야당의원들은 흥분해 삿대질까지 하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격한 표현도 나왔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차명계좌와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등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세환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비하발언을 두고 시중에서는 애완동물도 주인에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사회를 보던 안경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장 의원에게 “극단적인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은 모든 역사적 사건을 캐비닛에 묻었고, 노 전 대통령의 한은 국민의 가슴에 묻었다”며 “(노 전 대통령 사건은) 그래서 역사적 사건이 되지 않고, 신화가 돼 버렸다. 노 전 대통령을 신화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신화가 되면 정치적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갖은 억측 등이 난무한다”며 “특검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밝힐 건 밝혀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결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말이 아니었겠는가”라며 “조 내정자의 발언이 충격적으로 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17회)지만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적극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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