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새벽 전용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5월 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방문한 지 불과 4개월도 안 되는 111일 만의 재방문입니다. 특히 평양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가 있는 상황입니다. 무슨 급박한 사정이 있어서 김 위원장이 갑자기 중국에 다시 갔을까요.
우선 후계구도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9월 초에 44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공식화하기 위해 중국과 사전 협의할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의 압박으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거나 수해와 경제상황 악화로 중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이 절실해서 중국에 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당장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요즘 한반도 주변 정세는 매우 유동적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천안함 사태로 인한 긴장 국면을 6자회담 재개로 돌파하기 위해 움직여 왔습니다. 지난주에 평양에 갔던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는 어제 서울에 왔습니다. 북한이 밝힌 6자회담 재개 의사를 전달하고 중재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반성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말해 태도 변화가 주목됩니다.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이 정부의 특사가 아니며 단지 억류 중인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지만 북한과 미국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회담을 위한 회담'에 반대하고 있고 미 행정부는 "똑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어놓았습니다. 핵문제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획기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상황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중국과 북한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과 중국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활동, 북-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북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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