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국민은 강력한 법 집행 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정치권-재계 사정 태풍 몰아치나

검찰이 올해 하반기 정치권과 재계를 겨냥한 대대적인 사정(司正) 수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정부의 친(親)서민 정책 기조에 발맞춰 대기업의 탈세 행위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사진)은 30일 “국민은 강력한 법 집행으로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을 바로잡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1심 무죄판결 이후 주춤했던 사정 수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전국 특별수사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의 칼날인 특수부는 구조적 부패의 고리와 비리사슬을 끊고 부정한 돈의 흐름을 차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법 집행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검찰이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향후 검찰의 칼끝이 정치인과 기업인, 고위 공직자 등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구조적 부패를 겨눌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 같은 김 총장의 의중에 따라 재기(再起) 작품이 될 사건을 고르는 데 고심하고 있다. 중수부는 당초 정치적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부문의 대형 비리나 국부(國富) 해외유출 사건 등을 염두에 뒀으나 최근에는 유력 정치인의 비리 의혹이나 대기업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지금처럼 사회 질서와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분위기 속에서는 세무조사 횟수가 크게 늘어나고 조사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 국세청은 연초부터 올해를 ‘숨은 세원 양성화의 원년(元年)’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2008년과 지난해 경기침체로 세무조사를 유예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올해는 세무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명분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반 국민이나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숨은 세원을 찾는 명분도 약하고 최근의 친서민 정책과도 방향이 안 맞는다”며 “탈루액 규모가 큰 고소득자들을 겨냥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도 대부분 대기업의 부당행위에 맞춰져 있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23일 서울시내 구로지역 산업단지를 방문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0차례나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식’에 참석했지만 기업총수가 직접 나오지 않고 전문경영인만 나타났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재계는 사정 당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기업인은 “검찰이 기업인을 대상으로 내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이런 이야기들이 기업인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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