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발표한 독자적 이란 제재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 결의 1929호에 근거해 ‘플러스알파’ 조치를 취한 것으로 그 수위는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제재의 수위와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금융, 무역, 운송·여행, 에너지 분야에서 안보리 결의안이 반드시 이행하도록 결정(decide)한 ‘의무사항’뿐 아니라 이행을 촉구(call upon)하면서도 각국의 재량으로 남겨둔 ‘권고사항’까지 제재 방안에 포함했다며 플러스알파를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독자적 이란 제재를 발표한 EU, 호주, 캐나다, 일본의 제재 수준과 비교하면 정부의 제재 수위는 이들 국가보다 낮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제재 중 대표적인 플러스알파로 내세운 것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내렸고 일정 기간의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면서도 영업정지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2개월 영업정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멜라트은행에 대해서는 (2개월 영업정지 외에) 추가 징계가 이뤄질 것이어서 사실상 영업이 영구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폐쇄를 요청한 것에 비하면 제재 수위는 높지 않다. 정부는 폐쇄 조치를 내릴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폐쇄를 명할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어차피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미국의 이란제재법에 따라 금융거래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조치는 상징적인 것, 달리 말해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안보리 결의에 지정된 제재 대상 외에 추가로 금융제재 대상을 지목하고 금융거래에 대한 사전신고·허가제 도입, 이란 은행과의 환거래 중단, 이란 국채 매매 금지, 석유·가스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 금지 조항 등을 포함한 대목도 플러스알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제재 리스트는 EU와 미국이 정한 기존 제재 대상자를 합친 것으로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재 대상자를 새로 선정한 것은 아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그리고 EU 일본 등이 발표한 독자 제재안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운영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겼다. EU와 호주, 캐나다, 일본이 제재 대상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를 취한 반면 이번 정부의 조치는 한국은행의 허가가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또 제재 대상 전체를 입국 금지한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안보리 결의에 지정된 제재 대상에만 입국 금지를 적용했다. 원유는 전략 물자나 이중용도 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란 원유의 수입도 허용했다.
이처럼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제재 수위 탓에 정부는 이번 제재안에 미국이 내놓을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사전 협의 과정에서 이란과 경제교류가 별로 없는 EU나 일본과 한국은 처지가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고 미국도 한국 처지를 이해했다”며 “다만 미국은 가능한 한 강하고 다양한 제재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미국과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번 제재는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해 미국의 이란 제재에 협조한다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인상을 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