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정착한 탈북자의 과반수가 월평균 50만 원 미만을 벌고, 직업을 구할 때 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연천)이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전국의 탈북자 22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탈북자들의 평균적인 생활상이다. 설문 응답자의 76%가 여성이며 20∼40대였다. 이는 정부가 추산한 올해 말까지의 입국 예상자를 포함한 전체 탈북자 2만여 명의 성 및 연령 비율과 비슷하다.
설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개인 소득이 50만 원 미만인 경우가 응답자 211명 중 118명(56%)에 달했다. 이 소득은 보건복지부가 산정한 1인 기준 월 최저생계비(50만4344원)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어 △5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 44명(21%) △100만 원 이상 150만 원 미만 34명(16%) △15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 10명(5%) 순이었다.
또 ‘직업이나 직장을 구할 때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16명의 43%(93명)가 ‘약간 그렇다’, 20%(41명)가 ‘매우 그렇다’고 답해 차별을 느끼는 탈북자가 60%를 넘었다. 같은 일을 해도 남한 사람들보다 돈을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는 탈북자는 응답자 213명 중 115명(54%)이었다. 북한 출신이라 직장 동료들의 따돌림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탈북자는 응답자 206명의 27%인 58명으로 집계됐다.
생활 형편에 대해서는 응답자 219명 중 105명(48%)이 ‘못사는 편’, 39명(18%)이 ‘아주 어렵다’고 각각 답했다. ‘보통’ ‘잘사는 편’ ‘아주 잘산다’는 응답은 각각 64명(29%) 5명(2%) 6명(3%)이었다.
탈북자의 국내 체류 기간과 생활 형편에 대한 응답을 교차 분석한 결과 체류 초기에는 최저생계비만 지원받고도 만족하는 탈북자가 많았지만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못산다’는 응답이 많았다.
김 의원은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통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과정에서 한 40대 여성 탈북자는 설문용지에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를 당부하는 메모를 남겼다.
“제 가족은 다섯 식구입니다. 남편은 허리 수술을 받아 누워 있습니다. 아파서 일 못하는 사람은 찬밥 신세로 살아야 하는 냉정한 세상살이가 너무 힘듭니다. 희망을 갖고 잘살아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빽’ 없는 저희들에게는 헛된 꿈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생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뼛속까지 녹아듭니다. 저희의 고초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살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면서 살 것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