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표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위상 및 기능 강화방안’의 핵심은 대통령이 과학기술 분야를 직접 챙긴다는 것과 국과위가 예산 권한을 갖고 연구기관을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폐지됐던 과학기술부가 오히려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부활한 셈이다.과학기술계는 정부안에 대체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감한 이슈인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의 통폐합 등은 상정되지 않아 출연연 선진화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MB, ‘과학대통령’ 자처
대통령이 행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행정위원회는 보통 국무총리나 장관급이 맡았다.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한국이 (선진국을) 쫓아가는 추격자에서 선두의 위치로 올라서려면 과학기술 지배구조(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대통령이 범부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연구개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합한 뒤 ‘과학기술계가 푸대접을 받았다’는 과학계의 여론도 작용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8일 열린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후 ‘과학기술 리더’ 이미지가 강해진 것도 이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는 전했다. 김 차관은 “과학기술계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목소리를 수용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을 강하게 밀었던 것처럼 과학기술을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 국과위 권한 강화, 과학계는 환영
기획재정부가 가진 예산 관련 권한 중 예산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사실상 모두 확보한 것도 주목할 일이다. 내년 예산 14조8740억 원 가운데 각 부처에서 반드시 써야 하는 국립대 교수 임금, 국방과 인문사회 분야 연구개발 비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배분 권한을 재정부로부터 넘겨받는다.
정부안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은 “세부적인 사항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과학기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부 연구계 노조 등이 한마음이 되어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계가 가장 민감해할 ‘출연연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출연연 개편 방향은 26개 기관을 현재대로 두되 소속만 국과위로 바꾸자는 방안과 연구기관 성격에 맞는 부처 직속으로 두자는 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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