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화 전문’ 김기남이 세습 총연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3남 김정은의 명실상부한 체제 구축을 위해 움직일 핵심 조직은 어디일까.
북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다. 두 조직은 과거 김 위원장의 후계체제 구축 때도 손발 역할을 했다.
노동당의 인사 조직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지도부와 체제 선전을 책임지는 선전선동부는 당 비서국 소속으로 노동당의 ‘기본 부서’로 불린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 한 해 전인 1973년 조직 및 선전담당 비서와 조직지도부장, 선전선동부장 자리를 독차지해 후계체제 구축에 필요한 조직과 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997년 노동당 총비서가 된 뒤에도 이 두 부서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두 부서는 조직을 정비했다.
○ 조직 장악
지난달 28일 당 대표자회에서 박정순 정치국 후보위원(82)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발탁됐다. 박정순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 계열로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조직지도부는 당, 군, 정 전체 엘리트의 조직과 인사를 장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 밑에 이용철 이제강 김경옥 등 3명의 제1부부장이 조직지도부를 이끌어왔지만 올해 4월 이용철, 6월 이제강이 잇달아 사망해 김경옥 1명만 남아 있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제강이 맡았던 당 인사와 조직을 박정순이 맡고, 김경옥은 계속 군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정은과 장성택은 조직지도부에 직함은 없지만 인사와 조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선전선동
이번 김정은 얼굴 공개에 이르기까지 3대 세습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전개된 이미지 선전은 김기남 당 선전담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84)의 작품으로 보인다. 선전선동부는 5월에 최익규 부장이 물러난 뒤부터 김 비서가 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 비서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김정일과 김일성을 일체화하는 선전 작업을 맡았던 인물로 북한의 체제 선전 및 역사 조작의 대가로 꼽힌다. 김일성종합대와 만경대혁명학원을 나온 김 부자의 최측근 엘리트인 그는 40세 때인 1966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은 이후 평생을 김씨 부자 우상화와 홍보 활동에 몸담았다. 그가 5월 비서와 부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 것은 김정은 우상화라는 김 위원장의 특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기남 비서는 선전선동부장이던 1987년 유명한 구호나무 신화를 조작해낸 인물로 김씨 부자 우상화를 위해 북한 역사를 왜곡한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1987년 5월 백두산 밀림지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황해도 구월산에 이르는 지역에서 ‘구호나무’가 발견됐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나무에는 김일성과 부인 김정숙의 항일활동, 김정일의 출생을 축하하는 구호가 적혀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정일, 3대 세습위해 후계원칙도 깼다
▲2010년 9월3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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