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 선출]손학규 대표 선출 의미와 향후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非호남-중도성향 대표 ‘전략적 선택’… 계파갈등 수습 과제

7인의 새 지도부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에 선출된 박주선 천정배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이인영 조배숙 최고위원이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따라 이들 7명과 박지원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최고위원이 지명하는 1인 등 9명이 최고위원단을 구성한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7인의 새 지도부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에 선출된 박주선 천정배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이인영 조배숙 최고위원이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따라 이들 7명과 박지원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최고위원이 지명하는 1인 등 9명이 최고위원단을 구성한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표심은 2012년 대통령선거를 위한 변화의 주역이었다. 손학규 신임 당대표가 전대 출마 선언 때부터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아 오겠다”며 ‘집권 의지’를 앞세운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 비(非)호남 출신과 중도 강조가 당심 자극


민주당이 비호남 출신의 손 대표를 만들어낸 것은 민주당의 체질 개선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당심(黨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호남 출신의 유력 대선주자를 전면에 내세워야 2012년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여론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대의원 현장 투표는 물론이고 조직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당원 여론조사에서까지 1위를 거머쥐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광주, 전남의 대의원들이 손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2012년 대선을 내다본) 민주당 대의원, 당원의 전략적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경기도지사 출신의 수도권 득표력과 중도를 강조한 실리적 노선이 큰 무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앞다퉈 진보 노선을 강조한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그는 경선 내내 “중도층을 잡아야 집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 개인으로선 무엇보다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것이 커다란 수확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대선주자는 몰라도 당권은 정통 민주당 출신이 돼야 당의 정체성이 산다”는 말들이 많았다.

2008년 4월 총선 패배 이후 “반성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2년여 동안 강원 춘천에서 칩거했고, 지난해 4월과 10월 재·보선, 6·2지방선거 등에서 당이 그를 원할 때면 아무런 조건 없이 등장해 헌신한 것이 당권을 쥐는 원동력이 됐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손 대표는 이번 전대 승리로 차기 민주당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 2012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책임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당내에선 손 대표가 야권 통합이나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2지방선거 때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주도하면서 단일 후보가 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도 신뢰관계를 축적했다는 점 때문이다.

○ 순탄치 않은 앞길

그러나 당 대표로서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당장 민주당 지지율을 높여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민주당은 7·28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의 친서민 정책, 공정사회 드라이브에 밀려왔다. 또 전대 과정에서 손 대표는 정권 창출을 강조했을 뿐 집권으로 가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주요 3개 정당 대표가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당의 차별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손 대표가 어떻게 당을 추스를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번 전대에선 정세균 전 대표 등 기존 주류의 몰락과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최고위원 등 비주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대 기간에 노골화된 계파 갈등은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당내 일각에선 7월 한나라당 전대 이후 2위였던 홍준표 최고위원이 안상수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모습이 민주당에서도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전대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 어떤 기득권도 나를 위해 만들지 않을 것이다. 또 그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당이 대선 캠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의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손 대표가 당권을 발판으로 한 자신의 대권행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손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다른 대선주자 간 갈등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손 대표가 대선 도전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대선 1년 전인 내년 12월경 대표직에서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재선 의원은 “손 대표 당선으로 총선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전대를 치르게 됐다. 과연 그것이 당을 위해 바람직한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인천=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손학규 신임 민주당 대표는


△경기 시흥(62)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경기도지사,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보건복지부 장관(김영삼 정부) △14, 15, 16대 의원(경기 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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