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엇갈린 희비… 2위 선전 정동영 ‘탈당 면죄부’ 받고 재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3위 추락 정세균 ‘대중 지지도’ 약점에 결국…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한 3일 전당대회는 1만여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개표 결과 비호남 출신이며 온건파로 분류되는 손학규 대표의 승리에 당원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이념적 지평과 저변이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 손학규, “바람이 조직 이겼다”


손학규 대표는 1, 2일 이틀간 실시된 당원 여론조사와 3일 대의원 투표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원 여론조사 결과는 손학규(4551표), 정동영(4456표), 정세균(3052표) 순이었고, 현장에서의 대의원 투표는 손학규(7353표), 정세균(7203표), 정동영(6320표) 순이었다.

손 대표는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대의원 투표는 그가 조직이 약해 불리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손 대표는 2년간 당을 떠나 있었고, 대의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위원장들에겐 바로 직전 대표였던 정세균 전 대표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의원 투표에서도 1위여서 상당수 대의원들이 차기 대선 경쟁력을 염두엔 둔 선택을 했음을 보여줬다.

2위를 차지한 정동영 상임고문은 선전했다는 평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탈당했고, 올 2월 복당했다. 그러나 경선 중반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총선(2004년 4월), 지방선거(2006년 5월), 대선(2007년 12월) 등 과거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며 쌓았던 조직이 되살아난다는 얘기가 나왔다. 전대 결과 사실상 그가 주도한 ‘쇄신연대’ 소속이 대거 지도부에 들어온 것도 그에겐 고무적인 일이다.

정세균 전 대표는 큰 타격을 받았다. 당 대표 시절 탄탄한 조직을 구축했으나 대의원 투표에서도 2위로 밀렸고 자신의 직계인 최재성 의원의 지도부 입성이 좌절돼 지도부에서 사실상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그는 이날 전대 연설에서 “19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전북에서 수도권으로 옮기겠다”고 재차 공언하는 배수진을 쳤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전남 목포 출신이지만 수도권에선 4선을 한 천정배 의원까지 포함하면 선출직 6명 중 절반의 정치적 기반이 사실상 ‘비(非)호남’인 것도 특징이다. 호남의 맹주를 자처한 박주선 의원이 6위로 지도부에 ‘턱걸이 입성’한 것도 전국정당화를 바라는 당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2012년 정권 교체’ 입 모은 후보들

당 대표 주자들은 이날 연설에서 빠짐없이 정권 교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 계승 등을 강조했다. 또 치솟은 배추 값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정세균 전 대표의 연설 도중에는 한 청중이 계란 2, 3개를 던져 이 중 한 개는 무대 윗부분에 맞기도 했다.

야외행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에는 낮 12시 반까지도 소나기가 내렸다. 후보자들은 빗소리에 파묻혀 자신의 연설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본 행사가 시작될 때는 비가 그쳤다.

이날 전대에는 정의화 국회부의장, 이재오 특임장관,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김창수 자유선진당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사장에 축하 화환을 보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기존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삭제하는 대신 진보정책적 노선을 적극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당의 새 강령도 통과시켰다. 새 강령 및 기본정책은 민주당의 정통성 부분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성과를 계승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한편 주요 이념노선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명시했다.

인천=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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