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부 국방개혁 2020, 4년만에 사실상 폐기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노무현 정부 때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수립된 ‘국방개혁 2020’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그 내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니 추진 4년차인 2010년 현재 주요 골격이 대부분 해체되고 각종 일정이 몇 년씩 늦춰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국방개혁 2020의 종언’을 선언하고 새롭게 ‘국방개혁 2030’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개혁 2020의 핵심은 ‘병력은 감축하되 국방력은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력을 첨단화하고 △2020년까지 연평균 8%의 증가율로 국방예산을 투입하며 △병사의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고 병력도 50만 명으로 감축하는 게 골자다. 또 △국방부를 문민화하며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국방개혁은 당초 국방개혁 2020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연기 △세계적 금융위기 △천안함 폭침사건 △군 당국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국방개혁 2020이 사실상 공중분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미동맹의 강화로 전력 보완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교체는 국방개혁 2020의 종언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무현 정부를 친북 성향의 좌파정권으로 간주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개혁 2020’은 반드시 고쳐야 할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국방개혁 2020의 종언은 이명박 정부 출발 때부터 예고가 됐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국방전력은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해 미군 전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작권 전환 시점의 연기로 전력 증강에 투입될 시간을 벌고 돈 투입을 연기할 수 있게 된 측면이 있다. 군 관계자는 “동맹 강화에 따른 미군 전력 활용과 전작권 전환 연기는 결국 국방예산 투입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노무현 정부가 통일 이후를 대비해 국방예산을 증액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안보현실 달라져… ‘2030 새 플랜’ 짜야

○ 2020 종언 촉진시킨 금융위기


세계적 금융위기는 국방예산을 더욱 축소시켰다. 이 때문에 예산의 뒷받침이 절대적인 전력 첨단화와 병력 감축은 불가능한 과제가 돼버렸다.

국방개혁 2020은 2020년까지 총 62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2006∼2010년 9.9%, 2011∼2015년 7.8%, 2016∼2020년 1.0%씩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2007, 2008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8.8%에 그쳤고 2009년엔 7.1%, 2010년엔 3.6% 증가에 그쳤다. 군 관계자는 “2009년 국방개혁 2020을 수정하면서 총 예산 규모를 599조 원으로 축소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수정안 목표치 달성도 어렵다”고 말했다.

예산의 축소는 전력 첨단화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국방 전문가는 “차세대 전투기, 공중급유기, 차기고속정, 잠수함 사업 등 60여 개 방위력 개선 사업이 1∼5년씩 늦어지고 있다”며 “이 중 29개 사업은 재원이 없어 순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 ‘현존 위협’ 일깨운 천안함 사건

천안함 폭침사건은 안보 위협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게 만든 계기였다. 통일 이후까지 내다본 ‘잠재적 위협’에서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라는 ‘현존하는 위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이는 대양해군을 지향하고 있던 해군 전력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했고 병력 감축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지면서 국방개혁 2020의 골격을 바꿔놓았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군 병력을 당초 계획대로(68만 명에서 51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면 정상적인 국방 기능이 어렵다”며 병력 규모를 6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의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안을 백지화하고 21개월로 단축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 개혁에 소극적인 군 당국

예산과 무관한 다른 개혁안도 군 당국의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은 국방부의 문민화를 통한 선진화와 육해공 3군의 합동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으로 2009년까지 국방부의 문민화 비율을 70% 이상으로 하도록 명시했고,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합동부대 지휘관의 육해공군 비율을 육군은 해·공군의 3배수로 하고 해·공군은 같은 수로 순환 보직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현재 국방부 문민화율은 65% 수준에 머물고 있고, 16개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합동부대 지휘관은 육군이 13명(81.3%), 해군이 2명(12.5%), 공군이 1명(6.3%)으로 법에 명시된 비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국방개혁 2020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국방개혁 2020의 종언을 선언하고 원점에서 모든 요소를 고려한 ‘국방개혁 2030’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全軍’ 집합시킨 대통령의 첫 마디는…
▲2010년 5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