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정감사]정부 경제정책 ‘회초리’ 여당이 더 맵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사실상 국가부채 1637조 뒷감당 누가” “임시투자공제 폐지 애꿎은 中企 피해”

4, 5일 이틀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예전 같은 여야의 날선 공방을 보기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야당의 전매특허였던 ‘친서민’ 정책기조를 강조하면서 야당으로서는 대립각을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감장의 관심은 여당 의원들의 MB정책 비판에 더 쏠렸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협공을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윤 장관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역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5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비례대표)이 재정건전성에 대해 정부가 너무 장밋빛 전망만 한다고 지적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국가직접채무뿐만 아니라 보증채무, 공기업 부채 같은 광의의 국가부채를 모두 합친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637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이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이냐”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서병수 의원(부산 해운대-기장갑)과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정부가 너무 안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의원은 “가계대출 중 2년 미만의 단기 채무가 급증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의 거의 절반(48%)을 차지하는 현상은 한국의 가계경제가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에 매우 취약한 구조임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친고용, 친중소기업 세제 개편을 강조하며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한 것도 여당 의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갑)은 “이 공제의 혜택을 받는 기업의 90%가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그 폐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공제 혜택을 걷어 들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지만 애꿎은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비례대표)은 저출산 대책과 친서민 기조의 충돌 현상을 꼬집었다. 나 의원은 “다자녀 추가공제 확대안은 소득 상위 10%의 고소득층에 1200억∼1900억 원의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서민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친서민 기조가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은 “(친서민 세제개편안 중 하나인) 성형수술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외국인의 한국 의료관광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에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서울 영등포을)이 의원들의 질의 순서가 바뀐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윤 장관에게 “그런 이유로 화내는 장관은 처음 봤다. 질의서 받아서 읽기만 하는 장관은 의미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물가 폭등 △부동산대책 실효성 △부자 감세(減稅) 등을 주로 따졌지만 재정부는 여당의 공세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다자녀 추가공제는 과세표준상 모든 소득 계층이 적용을 받고 있다” “(이한구 의원 주장대로) ‘사실상의 국가채무’ 개념을 사용하면 통계 일관성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반박자료를 잇달아 배포했다. 여당 의원들의 공세에 시달린 윤 장관을 국감장 밖에서 측면 지원한 셈이다. 국감을 지켜본 정부 당국자들은 “요즘은 어떤 경제정책을 펴도 혜택 받는 사람만큼 손해 보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서도 어떤 계층의 이익을 더 대변하느냐에 따라 정부 정책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촌평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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