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고려안한 산업정책 이젠 무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7일 03시 00분


지경부 1차관 “중국 연구예산 10배 늘려 집중 해부”

“중국 연구에 종전보다 10배 많은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이 향후 한국의 산업지형도를 바꿔놓을 두 가지 변수로 ‘중국’과 ‘저(低)출산 문제’를 꼽은 뒤 “특히 중국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정책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차관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진화하는 중국’을 고려한 산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경부의 여러 산하기관에 흩어져 있는 중국 연구자를 하나로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중국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너무 중국을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차관은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앞으로 한중일이 ‘상호보완’ 관계가 아닌 ‘상호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이라며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 차관은 중국의 발전을 감안한 산업전략을 짜기 위해 1년여에 걸쳐 대형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중간 결과로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육성이 우리 미래 경쟁력의 관건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경영진과도 얘기를 나눴고 많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한중 산업협력’을 주제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산업연구원이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중국 현지 경제·산업전문가 10여 명을 비롯해 학계 연구소 소속의 국내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뤼톄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실장은 중국이 한국처럼 자동차 전자 바이오 신에너지 등 7개 분야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10년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한중 산업관계에서는 경쟁이 상호보완성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뤼 실장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로부터 기초과학을 확실히 배워왔다”며 “아직은 중국의 발전수준이 한국보다 낮지만 신산업분야에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린핑판 중국 광둥 성 사회과학원 기업관리소장은 “중국은 자동차에서도 여러 부분에서 한국보다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린 소장은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광둥 성의 승용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88.9% 증가했다”며 “지역에 푸조 혼다 닛산 도요타의 생산기지가 설립된 이후 국산(중국) 브랜드인 ‘비야디(BYD)’가 생산되는 등 기술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 세계 최대 ‘판매자’가 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자동차부품의 ‘표준’을 세우는 데도 중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뤼 실장은 “세계의 표준을 정하는 데 유럽기업과 미국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을 타파하려면 여러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중 양국이 공동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통해 세계 표준을 선도하자”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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