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신임 대표가 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영춘 전 의원(사진)을 내정했다. 대표 취임 후 첫 당직 인선이다. 김 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당무위원회 인준을 거쳐 최고위원으로 확정된다.
손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세대교체의 흐름을 강화하고 10·3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당심, 즉 전국정당화 및 범야권 통합을 구현해나갈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고 전현희 원내 대변인은 전했다.
손 대표는 또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차세대 리더들을 통해 신선한 새 인물을 대거 발굴·육성해 민주당을 전국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며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부산지역에서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김 전 의원과 부산 총선 출마 문제를 사전에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김 전 의원은 부산 출신의 대표적인 386 정치인이다. 이인영 최고위원 등 당내 386그룹으로부터 신망도 두텁다.
손 대표는 사전에 다른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구했으나 합의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지도체제 아래서는 대표가 당직 인사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영남 및 친노(노무현)계를 동시에 배려하기 위해선 6·2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선거에서 4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김정길 전 의원을 지명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손 대표에게 “영남 출신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는 동의하지만 김 전 의원이라면 유보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이 2007년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탈당해 아직 민주당적이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최고위원에 앞서 복당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김 전 의원에 대한 높은 평가와 별개로 그가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일민주당 총재이던 시절 상도동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대통령 정무비서관(김영삼 정부)을 거쳐 한나라당 소속으로 16, 17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고, 2003년 김부겸 의원, 이부영 이우재 전 의원 등 다른 4명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의 기틀을 닦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 중 한 명이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의원은 훌륭한 정치인이지만 손 대표의 ‘출신’ 문제로 인해 가뜩이나 당의 정체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출신은 한 명도 없으며, 옛 민주계 인사도 박 최고위원 한 명뿐이다.
당내에선 손 대표가 조만간 단행할 사무총장 인선을 주목하고 있다. 손 대표 주변에서 김부겸 의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