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있는 말… 화기애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위 사진 오른쪽)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아래 사진 오른쪽)를 잇달아 방문해 취임 인사를 했다. 손 대표는 안 대표와 만나 시종 뼈 있는 말을 주고받는 신경전을 벌였다. 반면 이 대표와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등 할 줄 알았다.”(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3등은 아니고요?”(민주당 손학규 신임 대표)
한나라당 안 대표와 민주당 손 대표가 7일 20여 분간의 첫 상견례에서 불꽃 튀는 신경전을 펼쳤다. 손 대표가 취임 인사차 안 대표를 예방한 자리였다.
안 대표는 “조직이 센 사람이 1등 할 줄 알았는데, (손 대표가) 당선돼 반갑고 좋았다. 경기도에서 같이 국회의원 했고 합리적이어서 여야 관계가 상생의 정치로 가지 않을까 반가웠는데 (손 대표가 여당에 대해) 처음부터 너무 공격적으로 나와 헷갈린다”며 은근히 손 대표의 ‘전력’(한나라당 출신)을 자극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조직 기반 없이 당선된 것은 변화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마음, 당심이 담긴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내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국민의 목소리, 민심, 당심”이라고 받아쳤다.
안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니 상생의 정치를 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분위기를 돌리려 했지만 손 대표는 “상생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살 수 있다. 국민은 (여야가) 서로 짝짜꿍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고 했다.
손 대표가 대표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국민 속으로’라는 표현을 두고 안 대표는 “‘국민 속으로’는 석 달 전 내가 당 대표 당선 일성으로 한 것인데 모방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그때는 내가 산속에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받아넘기며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 사먹는 것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안 대표는 매달 한 차례 정례회동을 제안했지만 손 대표는 “현재 여야 관계는 국회가 중심이다. 당이(당 대표가 원내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손 대표는 이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예방했다. 이 대표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 당 총재였다. 이 대표가 “아주 좋은 분이 (대표가) 됐다”고 덕담하자 손 대표는 “(이 대표께서는)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조정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편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허태열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대권주자로서의 손 대표에 대해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 경기도 출신이고, 마일드(온건)하다는 이미지가 있어 (손 후보의 이념적 지향성에 대한) 착시 효과가 생길 수 있다. 한나라당 정통 지지자들의 표가 분산될 수 있어 만만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수도권 출신이어서 민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인들의 표 결집이 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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