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민주당 등 야권, 1년전과 다른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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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3시 00분


北 추종했던 강희남 자살 “고인 뜻 계승” 앞다퉈 논평北 비판했던 황장엽 사망 “黨차원 아니다” 어정쩡 조문

빈소 찾은 민주 원내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앞줄) 등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역사적, 개인적 평가가 다를 수 있으나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빈소 찾은 민주 원내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앞줄) 등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역사적, 개인적 평가가 다를 수 있으나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빈소 조문, 김정은으로의 후계 세습 등 최근 북한 관련 문제를 놓고 민주당 등 야권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12일 오전 양승조 대표비서실장이 손학규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황 전 비서의 빈소를 조문한 데 이어 오후엔 박지원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직접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표비서실장이 대신 (조문을) 하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측근은 “황 전 비서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이라기보다는 원내대표로서 온 것”이라며 “생전 고인과 많이 껄끄러웠다. 고인에 대한 역사적 개인적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망자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으로 분단국가에서 어려움을 당했다가 작고한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역할 분담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가 나서는 형식을 통해 당의 공식적인 조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직접 조문할 경우 당 내부에서 손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황 전 비서는 분단체제의 희생자이지만 국장(國葬)도 아닌데 당의 공식 조문은 필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렇다고 당 차원에서 조문을 전면 거부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 내부, 국민 여론, 북한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날도 황 전 비서 조문에 대해 “계획이 없다”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해 6월 우리민족연방통일추진회의(연방통추) 초대 의장 강희남 목사가 자살했을 때엔 앞 다퉈 애도했다. 연방통추는 북한이 주도하는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단체로 2005년엔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을 주도했고 강 목사는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적화통일을 가로막아 남한이 양키의 식민지가 됐다” “민족의 정통성은 북에 있다”는 등의 주장을 끊임없이 펴 종북(從北)주의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럼에도 당시 민주당은 대변인 공식 논평을 통해 “평생을 우리 민족의 통일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고 정세균 당시 대표는 조화를 보냈다. 민노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한평생 오직 민족의 하나 됨과 민중이 주인 되는 새 세상을 꿈꿨던 순수하고 진실했던 선배 운동가였다”며 강 목사의 사망을 ‘순절’로 규정했고 진보신당도 “고인이 평생 몸으로 실천했던 민주화와 평화통일의 길에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이번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민노당은 6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지난달 30일자 논평에서 “우리에게 불편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5일자 보고서에서 “과연 현재 후계자로 부각되고 있는 김정은이 이러한(북한의) 후계자론에 비추어 합당한 내용과 절차를 거쳐 후계자로 등장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후계자로 확정된다면 그것이 과연 세습인지에 대해서는 심중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세습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진보정치 세력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이 확인된 직후 즉시 논평을 내고 “그 어떤 논리로도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 국가로 가는 것”이라며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민족해방(NL)을 표방하는 민노당과 민중민주(PD)를 표방하는 진보신당은 2008년 종북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갈라섰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동영상=故 황장엽 빈소, 조문행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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