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북한민주화위원장을 맡아온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0일 사망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탈북자 사회를 누가 대신 이끌게 될지 주목된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이달 말이면 2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비서는 북한에서의 직책과 연령(87세) 면에서 다른 탈북자들을 압도했다. 따라서 그는 자연스럽게 탈북자 사회의 지도자이자 북한 민주화운동의 지휘부 역할을 했다.
당장은 그의 위치를 대신할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없기 때문에 다수의 탈북자가 지도그룹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황 전 비서의 ‘유일지도체제’가 저물고 당분간 다수의 ‘집단지도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는 황 전 비서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장례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은 황 전 비서의 측근들로 구성된 ‘10인 위원회’가 그의 수양딸 김숙향 씨(68)와 상의해 내리고 있다. 10인 가운데 탈북자로 황 전 비서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탈북자동지회장,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있다.
수양딸 김 씨 옆에서 조문객을 맞는 상주 역할도 엘리트 탈북자 출신 측근들이 돌아가며 하고 있다. 북한 학계에서는 탈북자 출신 박사 1호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과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소장, 현성일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북한 민주화운동을 이끄는 인물로는 안혁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고영환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허광일 통일을준비하는탈북자협회 회장 등이 거의 매일 밤 고인의 빈소를 지켰다.
황 전 비서와 함께 탈북해 귀순한 김덕홍 전 탈북자동지회장(72)은 고령인 데다 2001년 미국 방문을 둘러싼 이견으로 황 전 비서와 사이가 나빠진 뒤 탈북자단체 활동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탈북자 사회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민주화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탈북자단체가 300개를 넘을 정도로 분열돼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조직체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성민 대표는 “모든 탈북자가 김정일 세습 반대 투쟁에 하나로 뭉쳐 헌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안찬일 소장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탈북자 2000명을 규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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