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권력승계 위한 ‘핵카드’ 선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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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핵실험으로 3대세습 뒷받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인민군 대장 직책을 받은 뒤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당당히 주석단에 오르며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김정은은 군과 당,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권좌를 공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대내정책 변화와 함께 대외관계에서도 나름의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권력이동기의 북한이 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내보내고 있어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영변 핵시설 복구가 확인되고 박길연 외무성 부상(지난달 2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10일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이 잇따라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 점 등은 앞으로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미국통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 라인의 대거 승진과 55대승호 송환,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대남 유화 제스처는 대외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린다. 북한이 순조로운 권력승계를 위해 3차 핵실험 등으로 긴장을 높여 내부 단결을 도모할 것이라는 견해와 오히려 김정은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어받기 위해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핵개발 가속화로 내부 결속 고취

현재 북한 정권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내 결속을 통해 후계체제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27세의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내밀 가장 좋은 카드가 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 강국’의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3대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3차 핵실험을 강행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에서 사거리 3000km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무수단 미사일’이 등장한 것은 북한의 핵 공격 능력이 크게 발전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핵 강국’ 면모를 강조하면서 김정은을 등장시키겠다는 북한 정권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의 위치가 아직은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권력 승계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국면 돌파를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의 경제적 역량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김정은이 역량과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는 분야는 군사 쪽밖에 없고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핵”이라며 “올해 안에 3차 핵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화 제스처로 미국과 담판 노려

반면 권력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당분간 추가 핵실험 등으로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기보다는 대미, 대남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금은 주변을 자극할 때가 아니라 내부 정비에 힘을 쏟을 시점이라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북한은 미국에 체제 보장을 받고 주변국들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확보하기 위해 핵실험 등의 방법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중국과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권고하고 있고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국내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북한이 당분간은 긴장을 조성하지는 않으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김정일로서는 체제 안정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빅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는 마지막 협상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올해까지는 남한에 유화 조치를 계속하면서 미국에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북한에 핵은 ‘양날의 칼’이라, 쥐고 있으면 힘이 되지만 잘못 휘두르면 자기도 다친다는 것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공고해질 때까지는 핵과 관련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후계자 ‘김정은 띄우기’ 北 파격행진 계속
▲2010년 10월1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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