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옛 영등포 청과물 공판장 자리에 위치한 중앙당사를 여의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와 국회 바로 맞은편에 몇 개의 사무실만 두고 있는 여의도 분소를 하나로 합쳐 명실상부한 ‘여의도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여의도에 통합 당사가 마련되면 민주당은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4년 3월 영등포로 당사를 옮기면서 여의도를 떠난 지 6년여 만에 여의도로 컴백한다.
손 대표 측은 월 임차료로 6000만 원가량을 산정해 4950m²(약 1500평) 규모의 당사 건물을 알아봤고 그 결과 극동VIP빌딩 3개층(4600여 m²·1390여 평)을 임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10·3 전당대회 당시 손 대표의 선거캠프가 있던 빌딩으로 한나라당 당사가 있는 한양빌딩과는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다. 손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2일 “이르면 11월 말 여의도 당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사무처 핵심 기능이 입주해 있는 영등포 당사는 월 임차료 1300만 원가량으로 저렴하지만 국회에서 직선거리로 1.5km나 떨어져 있어 도보 이동이 어렵다.
여의도 통합당사 구상은 ‘원외’인 손 대표의 신분을 고려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국회의원이 아닌 손 대표로서는 국회 내 당 대표실에서 각종 회의를 주재하는 게 껄끄럽다는 것이다. 또 측근들 사이에서는 대권을 준비하는 손 대표로서는 당원, 당직자들을 지근거리에서 수시로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통합당사 계획에 대해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들이 순순히 협조할지가 주목된다. 현 영등포 당사는 정 최고위원이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직접 장소를 정한 곳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당 대표시절 여의도 이전을 검토한 바 있지만 당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친노(노무현)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에게 열린우리당 당사였던 영등포 당사는 나름의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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