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경기 파주시의 사찰과 마을회관, 노인정 등을 돌며 95차례에 걸쳐 491만 원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기소된 김모 씨(27)는 12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상습절도에 따른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르면 2013년부터는 김 씨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폭행 협박 사기 절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가중해서 처벌하는 법률 조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상습범 가중처벌 조항을 없애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8월 공청회에서 내놓은 데 이어 특별법이나 특례법에 규정된 상습범 처벌조항도 모두 없애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개정된 형법의 부칙에 명시해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시행일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금까지 상습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은 한 차례 범죄를 저지른 사람보다 더 센 처벌을 받아왔다. 기본 형량의 절반을 가중해 선고 형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상습절도범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현행법상 검찰과 법원에서 ‘상습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주관적인 데다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아 이 조항을 형법과 특별법에서 동시에 폐지하기로 했다. 유럽이나 중국은 상습범 가중처벌 조항이 없고 일본도 도박 폭력 등 일부 범죄에 한해서만 상습범을 더 강하게 처벌한다.
형법에서 상습범 가중처벌이 사라지는 범죄는 폭행 체포 감금 협박 장물취득 사기 공갈 절도 등이다. 특별법에서도 변호사법 위반이나 마약 제조·매매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다만 법무부는 강도 방화 살인 상해 강간 등 흉악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사람에게는 가중처벌 대신 일정 기간 보호감호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동 추행 및 학대(아동복지법) △조세포탈(조세범처벌법) 등의 상습범에 대해선 소관 부처의 의견을 들어 가중처벌 조항의 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상습범 가중처벌 조항을 폐지하면 범죄 억제요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절도 폭행 사기 등의 재범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여서 상습범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각의 범죄에 대한 최대 형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지금도 충분히 높다”며 “범죄자의 행태와 습성을 고려해 더 높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누범(금고 이상의 형을 마친 뒤 3년 안에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도 형법과 특별법에서 모두 없애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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