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정권 탈환’을 전면에 내걸고 10·3 지도부 경선에서 승리한 그는 당 대표 취임 후 채소값 폭등 대책 모색을 위한 배추밭 방문, 쌀값 폭락 애로 청취를 위한 벼베기 현장 방문 등 활발한 민생현장 행보로 제1야당 대표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 대표 당선 이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로 치고 올라왔고 야권 후보만 놓고 조사한 대선 주자 적합도에서는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10·3전당대회 이전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5위권 밖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의 등장 이후 “우리로선 참으로 힘든 정권 재창출 구도가 올 것”(홍준표 최고위원)이라며 경계령을 발동한 상태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내부에선 “순항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손 대표의 당무 스타일을 놓고 경쟁자 측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여의도로의 중앙당사 이전 문제와 당직 인선이다. 당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당히 큰 사안 등임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과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주요 결정사항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집단지도체제다.
8월 초까지 당 대표였던 정세균 최고위원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사 이전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인 ‘민주적 절차 결여’가 손 대표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정감사차 해외에 나가 있는 정동영 박주선 최고위원은 손 대표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제대로 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당직 인선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체성 및 노선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에 대해 어떻게 태도를 정리할지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손 대표는 당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란이 가열되자 즉각적인 견해 표명 대신 ‘여론수렴을 위한 당내 특위 구성’이란 우회로를 선택했다. 지도부 경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으나 최근엔 “국익을 추가하고 피해 상황을 보완하는 것을 과제로 삼겠다”고 하는 등 재협상론 쪽으로 약간 기우는 듯한 모습이다.
13일 최고위원회에서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사망과 그에 따른 훈장 추서, 국립현충원 안장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손 대표는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는 원론적 발언으로 비켜나갔다. 보-혁 갈등이 불거진 빈소 조문은 대표 비서실장의 ‘대리조문’으로 양쪽에 등거리를 두는 제스처를 취한 상태다.
이에 대해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취임 초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옛 민주계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나친 신중모드는 결단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당내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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